전남 미래의 '게임 체인저'…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 총력

임동률 2022. 10. 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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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등 첨단산업 핵심기술
초고속·초고온·초고압 극한 연구
불가능한 자연현상 탐구도 가능
의료·반도체·우주항공 등 활용
빛가람 혁신도시 나주 최적지
각계 인사 100명 추진위 발족
GIST 등 16개 기관과 업무협약
"레이저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
전라남도는 작년 12월 전남도청에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국내 레이저 관련 7개 학술단체인 한국광학회, 한국레이저가공학회, 한국천문학회, 대한용접접합학회, 한국항공우주학회, 한국우주과학회, 한국물리학회 전남지부와 연구시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라남도 제공

전라남도가 국내 초강력 레이저 융합기술 개발을 선도할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를 본격화한다. 초강력 레이저는 국가 경쟁력을 초격차로 벌릴 수 있는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첨단 레이저 연구시설 선점은 전남 지역 산업지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미래 먹거리로도 꼽힌다.

 ○미래 첨단기술의 결정체 초강력 레이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기존 원형 방사광가속기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최첨단 인공 빛 실험실’로 불린다. 우주·핵융합 등 기초과학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핵심기술이다. 기초연구 측면에서 볼 때 초고속, 초고온, 초고압 등 극한 과학 연구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우주에만 존재하는 고에너지 천체 현상을 실험실 내에 구현,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자연 현상 탐구도 가능하다.

산업적으로도 레이저는 규모와 경제적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국내 레이저 시장은 2016년 2조5000억원에서 2021년 5조원으로 매년 15% 이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전라남도의 설명이다. 세계 시장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3조8000억원에서 2025년 20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는 국가적으로 과학기술 발전 기여도가 높고, 시장 파급력이 큰 원천기술로서 레이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 2000여 개 레이저 관련 기업이 있지만 관련 국내 기술력은 주요국 대비 50% 이하다. 반도체 레이저 다이오드 칩이나 모듈과 같은 핵심부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레이저 기술의 기초과학 및 산업적 중요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초강력 레이저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4조5000억원 규모 레이저 연구시설인 NIF를 구축했고, 프랑스도 1조7000억원을 들여 연구시설인 LMJ를 갖췄다. 유럽연합은 레이저 연구시설 ELI를 지었다.

 ○세계 최고 레이저 연구시설 나주에 유치

전라남도는 전국 공모를 거쳐 나주시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면 내년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2024년 사업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2033년까지 10년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인근 50만㎡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초고출력·고에너지 기반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을 추진하는 게 주 내용이다.

도가 구상하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레이저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학·연 연계 집약형 시설이다. 초고출력·고에너지 레이저와 중·저출력 레이저 연구 기반을 함께 갖추기로 했다. 여기에 초강력·고에너지 레이저 발생실, 입자가속실, 레이저 개발 연구실, 플라즈마 물리 실험실, 가속기 응용 연구실 등을 집약할 계획이다.

도는 레이저 연구시설을 200페타와트(PW·1PW=1000조W), 40킬로줄(KJ)급으로 구성해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의 4PW를 50배 넘어서는 규모로 짓겠다는 구상이다.

전라남도는 빛가람 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를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 자리할 최적지로 꼽는다. GIST(기초과학)와 한국광기술원·전남테크노파크 레이저센터(산업지원), 광주 광산업 단지와 연계해 관련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연구시설 입지인 빛가람 혁신도시는 안정적인 지반, 확장할 수 있는 넓은 부지, 편리한 정주 여건 등 대형 연구시설 구축 조건을 모두 갖췄다”며 “2020년 방사광 가속기 유치 과정에서 부지 적합성을 이미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

 ○추진위 발족 등 발 빠른 유치 준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초강력 레이저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내년 상반기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과기부가 후보지 공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각계 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회’를 공식 발족하는 등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준비에 돌입했다. 도는 2020년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참가한 노하우와 경험이 있어 유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레이저 관련 기관·단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GIST, 한국에너지공과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계연구원, 한국광학회 등 16개 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전라남도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유치하면 기초과학 주도권 확보는 물론 호남권 산업 기반을 첨단산업으로 뒤바꿀 수 있다고 자체 판단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레이저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대당 2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핵심기술로 통한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극한환경인 우주에서 견딜 수 있는 소재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의료·바이오 분야에서는 레이저를 활용한 입자가속기술을 암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강상구 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전남에 반드시 유치해 장기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레이저 산업 전주기 융복합 클러스터를 구축해 국내 과학산업의 미래를 다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무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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