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대로?"… 광주시, 일자리 보조사업 인건비 과다 책정 논란

안경호 2022. 10. 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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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청사 전경

광주광역시가 지난해부터 수행 중인 고용노동부 주관 지역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을 두고 특정 세부 사업 수행 기관 관계자에게 인건비를 과다 책정해 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두 개 사업을 맡은 이 관계자에게 매달 평균 720여만 원의 인건비가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 금액은 1급 공무원 23호봉의 봉급과 맞먹는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올해 사업 담당자의 사업 참여율을 지난해보다 30%포인트 낮춘 100%까지만 인정하면서 이 관계자가 받게 될 인건비가 줄어들자, 광주시는 급여 총액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감소분을 보전해 줬다.

2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 중 지역 혁신 프로젝트를 따낸 뒤 세부 사업인 ①일자리 목표 공시제 컨설팅 및 평가 분석 체계 구축 수행 기관으로 A연구원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 담당자 B씨에게 같은 해 3, 4월 인건비로 600만 원씩 집행했다. 고용노동부 시행 지침상 사업 담당자의 인건비는 소속 수행 기관이 부담하는 급여 총액에 참여율(사업 담당자가 겸직자로서 수행하는 전체 업무 중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비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당시 B씨의 참여율은 100%였다.

광주시는 이어 같은 해 5월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선제대응패키지(고선패) 지원 사업자로 선정되자, 이 사업의 컨트롤 타워인 ②고용안정추진단 구축 및 운영 사업의 수행 기관으로 또다시 A연구원을 선정했다. 이후 광주시는 그해 9월까지 매달 B씨에게 ②사업 참여율 100%를 적용한 인건비 600만 원씩을 지급했다. 광주시는 또 같은 기간(5~9월) B씨에게 ①사업 참여율 30%에 따른 인건비 180만 원도 지급했다. B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12월까지는 ①과 ②사업 참여율을 각각 90%와 30%로 변경, 광주시로부터 매달 720만 원을 인건비로 받았다. 광주시가 B씨에 대한 인건비 지원 기준이 되는 급여 총액을 600만 원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그러나 B씨가 A연구원에서 급여로 600만 원을 받았다는 증빙 자료는 없다. A연구원은 B씨가 최초 ①사업에 참여하기 한 달여 전인 1월 27일 설립 등기가 이뤄진 신생 비영리사단법인이어서 유사 사업 수행 실적도 없었다. 광주시는 "B씨에게 급여 총액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물어보니, 광주전남연구원의 공동연구원급 급여 책정 수준을 참고해 600만 원으로 결정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한 학술연구용역 인건비 기준 단가와 경력 등을 고려해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이를 참고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재부가 내놓은 책임연구원(최고 등급) 인건비 기준 단가(월 임금)는 324만5,879원으로, 이는 용역 참여율을 50%로 산정한 것이다. 용역 참여율을 100%로 잡으면 인건비 기준 단가는 649만여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연구원은 "개원 이래 용역 참여율을 100%로 산정해 인건비 기준 단가를 책정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B씨 인건비를 과다하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처럼 고선패 사업자인 경남도의 경우 고용안정지원단 운영 총괄 등을 수행할 책임연구원의 보수를 연봉 4,500만 원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올해 B씨의 급여 총액(참여율 100% 기준)을 지난해보다 200만 원 인상된 800만 원으로 인정해 줬다. 실제 광주시는 1~7월 B씨에게 ②사업 참여율을 50%로 산정해 매달 인건비 400만 원을 지급했다. 광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B씨에게 지급한 인건비는 1억3,692만 원에 달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다수 사업 수행 담당자에게 130%까지 인정해 줬던 참여율을 올해는 100%로 낮췄다"며 "지난해 수준으로 올해 인건비를 반영하다 보니 광주시와 (A연구원이)협의해서 인건비(금여 총액)를 올리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참여율 감소에 따른 인건비 감소분을 급여 총액 인상을 통해 메워줬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급여 총액 설정 기준도 없이 보조사업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자리 사업 유관 기관의 한 관계자는 "광주시가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면서 수행 기관 담당자의 인건비를 사업 성격과도 맞지 않는 학술연구용역 인건비 기준 단가를 참고해 결정한다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B씨에게 기관장급 인건비를 지급한 것도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이 사업을 담당했던 광주시 관계자는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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