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형 동대문구청장 “2050년 ‘미래도시’ 초석 놓을 것”[‘민선 8기’ 서울 구청장에게 듣다]
동대문 없는 동대문구? ‘흥인지문’ 편입 추진
“여기가 청량리의 미래입니다. 청량리는 동대문의 미래입니다.”
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은 지난 24일 청량리역의 한 백화점 옥외주차장에서 미주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일대를 상업지역으로 복합 개발해 과거 교통·상업·문화의 중심지였던 청량리는 물론 동대문의 명성과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청량리역 광장 시계탑은 한때 만남의 장소였다. 시계탑이야 지금도 있지만 예전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 사이 동대문은 서울의 낙후지역 중 한곳이 됐다. 이 구청장이 청량리를 동대문 개발의 핵심으로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동대문에서 보낸 그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그때 그 시절 청량리를 기억하고 있다. “청량리는 흐르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이 구청장은 말했다.
그는 동대문을 2050년 ‘미래도시’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청량리를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문화가 함께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재배치하고 광장과 녹지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젊은이들이 다른 동네로 가지 않을 수 있게 먹거리, 즐길 거리, 볼거리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미래발전기획단’도 꾸렸다. 기획단에는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등 도시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 그는 “미래를 보려면 청량리로 가야 한다, 지금 그 초석을 놓겠다”며 “미래도시의 기본설계는 내년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전통 있는 동대문, 30년 뒤엔 미래도시로”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구청장은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부터 동대문 일대를 걷고, 걸었다. 하루 3만보. 지역 기반이 약했던 그로서는 “(달라진) 동대문을 알아야하니까 계속 자료를 축적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래도 잘 걷는다”며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고민하는 것의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28년을 몸담았던 이 구청장은 퇴직 후 홀로 백두대간을 31일 만에 완주했다. 이후에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와 마터호른·몽블랑 등을 다녔다. 이때의 경험 등을 담아 책 4권을 냈고 여행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대문을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점 등을 정리해 다섯 번째 저서 <동대문을 걷다>를 출간했다.
동대문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가 많이 듣는 이야기는 ‘중랑구만큼만 해라’ ‘성동구 반만 해라’ 등이라고 한다. 이 구청장은 “동대문은 600년 된 도시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사대문 밖 첫 동네다.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던 선농단이 있어 학자들이 살아온 곳”이라며 “동대문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50 미래도시 프로젝트’는 그가 걸으면서 골몰한 결과물이다.
이 구청장은 보물 제1호 흥인지문(동대문)의 동대문구 편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동대문은 동대문구가 아닌 종로구 관할로 돼 있다. 그는 “동대문구에 동대문이 없다는 사실도 걷다 보니까 알았다. (동대문 앞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는데 영수증에 주소가 종로구로 돼 있더라”며 “동대문을 가져오면 주민들도 상당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행정구역과 선거구 개편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이 문제 제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청량리, 청량동으로···대표도서관 착공은 곧”
청량리를 청량동으로 동 이름을 바꾸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 구청장은 “청량은 인근에 있는 1000년 된 사찰 청량사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맑고 깨끗하다는 뜻인데, 청량리는 588(집장촌)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바꿀 것”이라며 “용신동도 예전처럼 용두동과 신설동으로 나눠 다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노숙인 무료급식소 ‘밥퍼’와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밥퍼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길가에 줄 세우는) 70년대식 무료급식이 아니라 케이터링(단체급식)이나 배달 등처럼 변화하면 구청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최근 답십리굴다리 지하차도에 설치된 밥퍼 홍보 조형물을 기습 철거했다.
전농동에 들어서기로 했던 서울대표도서관 설립 지연과 관련해서는 “내년 초나 내후년에 착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대토 문제가 있었는데,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부지를 교환하기로 했다”며 “대신 도서관에 4차산업 공간이나 가상현실(VR) 등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로 채워 구민 이용 편익이 큰 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이 내건 슬로건은 ‘쾌적하게, 안전하게, 투명하게’다. 그는 “구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들”이라며 “(임기가 끝나는) 4년 후에는 많이 바뀌었네, 괜찮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더) 달라질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살만한 동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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