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하고 작두 타”…6년간 ‘초등생 가스라이팅’ 무속인, 처벌은

지인 아들에 “무당일 안하면 집안 풍비박산” 주입
작두까지 타게 했지만…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서울남부지법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고 건강 안좋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친자식도 아닌 지인의 아들에게 무당 일을 시키면서 가스라이팅(심리지배)으로 정서적 학대를 일삼은 무속인이 법정에 섰다. 이 무속인,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서 점집을 운영하던 무속인 A씨는 2014년부터 당시 7살이던 B군을 양육하게 됐다. 친자식이 아닌 B군은 2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지인의 아들로 A씨는 실질적으로 B군을 보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B군은 6년간 A씨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법당 일과 무당 일을 강제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인의 심리를 조종하고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은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A씨는 2014년부터 2020년 7월까지 B군에게 “무당 일을 하지 않으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식구들이 원인도 알지 못하는 병에 시달릴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겁을 줬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를 대며 일을 시키기도 했다. 7~13세로 초등학교 시절을 대부분 A씨의 법당에서 지낸 B군은 이런 수법으로 무당 일을 강요받았다.

A씨는 중학생이 된 B군을 실제 굿에 참여시키며 정신건강에 해를 가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고양시 덕양구에 굿을 하러 나간 A씨는 당시 13세이던 B군에게 “굿을 하라”고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B군은 위험한 물건인 작두에 올라타 실제로 굿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40시간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규정했다. 법원은 “나이가 어린 피해자에게 장시간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A씨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