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암울한 중간선거 전망에 '경제' 정공법 택했다(종합)
바이든, 최근 민주당 입법·경제 성과 부각하는 연설 많아져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한 중간선거를 보름 정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데다 자신의 지지율이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가장 집중돼 있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발표된 로이터/입소스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39%가 바이든의 직무수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인 지난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문제와 경제 침체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올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월과 6월 36%까지 하락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로 '경제'를 꼽았다. '범죄'라고 응답한 비율은 약 10%였으며, 낙태권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약 5%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50년간 미 헌법상 낙태권을 보장해왔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판결 5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1월에 로 대 웨이드를 성문화 하는 연방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8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캔자스 주에서 낙태권 보조 조항을 삭제하는 주 헌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민주당은 더욱 중간선거 전략으로 낙태권 보호를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엄격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간선거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내달 중간선거의 결과는 민주당에게 암울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를 비롯한 여론 조사 분석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악관 내부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승리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최근 여론이 민주당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문 중 한 명은 로이터에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우리가 양원을 모두 지킬 수 있는 강력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금 감면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의견을 비판하기 위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가까운 민주당 전략가 에릭 슐츠는 "백악관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게 될 경우 정치 지형이 어떤 모습일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의 정책을 뒤집어 이민자를 감소시키고, 미 연방정부 부채 상한과 재정지출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의 재정 지출 문제와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해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심지어 공화당 일부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각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공화당이 하원 과반수를 확보할 경우를 대비해 잠재적인 조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리처드 소버를 고용했지만, 추가 인력 고용 등은 중간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정 보류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바이든, 최근 연설서 정책 성과 강조
미국 국민들의 여론이 '경제'에 집중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낙태권과 같은 정치적 이슈보다는 경제를 최우선으로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여론을 의식하면서 최근 연설에서 경제를 강조해 언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 당원 행사에서 "민주당은 상향식(bottom up) 그리고 중산층에서부터(middle out) 성장하는 경제 정책 추진으로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국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경제를 망쳐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향식 경제접근법은 '경제성장의 동력은 노동자의 생산성'이란 점을 배경으로 한다. 또 '미들아웃 경제'는 중산층이 두꺼워져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AFP통신은 백악관 관리들이 손자병법의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움직이라"는 구절을 읽은 것 같다며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최근 경제 문제보다 낙태권 보호를 우선시 한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낙태, 입법부의 승리 등이 미국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몇 달 동안 이야기 해 왔다"면서 반박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학자금 탕감, 경제, 인프라, 낙태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압박 속에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와 기후변화 대응, 반도체 제조에 대한 막대한 투자 등을 마련했다는 경제 분야의 공적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미국 내 빈곤 계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부자 감세나 빈곤 계층을 위한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는 언급을 늘리고 있다고 AFP는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 트럼프 후보들을 겨냥해 '극우 마가(MAGA) 공화당'이 주장한 낙수효과에 대해서도 "경제가 오히려 2배 침체됐다"며 비판했다.
◇전문가 "바이든, 경제 문제에 더 초점 맞춰야"
민주당 관련 전략가들은 백악관이 기후 위기나, 기반시설, 사회 안전 보장 확대 등 수많은 입법 성공을 활용하여 지지율을 높이려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이 실패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댄 파이퍼는 경제에 관한 책임을 공화당에 전가하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최후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경제적 성과를 선전하는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민주당이 현재 경제 관련한 국민의 불만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전략가이자 빌 클린턴 행정부 고문을 맡았던 마이크 럭스도 민주당이 경제 이슈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일부 민주당 경선 후보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정치 행사 등을 자주 방문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및 경제 성과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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