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한·일 법적공방…일본 사찰 “취득시효 성립” vs 부석사 “악의의 무단 점유”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 간 법적 공방이 치열하다.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 간논지(觀音寺) 사찰에 대해 충남 서산 부석사 측은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일본의 점유 취득 시효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26일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 측 보조참가인인 일본 간논지 측은 “1953년 1월26일 간논지가 법인으로 설립돼 도난 피해가 발생한 2012년 10월까지 불상을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점유 취득 시효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간논지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 서면을 통해 “만약 불상이 탈취됐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일본 민법에서는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일정 기간 점유한 경우 시효 취득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건 불상이 탈취돼 일본으로 반입됐다는 주장은 부정한다”며 “(종관이라는) 간논지 창건자가 조선에서 불상을 물려받아 1527년 쓰시마로 가져왔다고 전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15일 한국에서 열린 항소심에는 일본 측 사찰 관계자인 다나카 세쓰료(田中節竜) 주지승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원고인 서산 부석사 측은 “불상은 왜구가 약탈해 가져갔고, 자신들의 소유가 아닌 걸 알면서도 점유하는 ‘악의의 무단 점유’를 한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점유 취득 시효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고 측 김병구 변호사는 “물적인 설비나 인적 구성에 있어 기존 개인 사찰이었던 간논지와 법인의 간논지가 사실상 차이가 없어 이에 대한 간논지 측의 입장이 필요하다”며 “개인 사찰에서 법인으로 전환된 것에 불과해 새로운 주체의 점유 개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간논지 측의 “사찰이 법인으로 설립된 후 불상을 점유해 취득시효가 인정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일본 측이 한국에 반환을 요청하는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한국인 절도범들은 2012년 일본 대마도 사찰인 관음사에서 불상을 훔쳐 국내에 반입했다가 적발됐다. 현재 불상은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에서 보관돼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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