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추적하는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몰러만스…“암스테르담 시와 함께 다양한 인종의 소녀상 설치할 것”[인터뷰]

이진주 기자 2022. 10. 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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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저널리스트 그리셀다 몰러만스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진주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장 주도로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이 설치될 예정이다. 해외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녀상 설치를 주관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2019년 2월부터 암스테르담시에 소녀상 설치 허가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저널리스트 그리셀다 몰러만스(58)가 있다.

몰러만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취재 및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함께 저서 간담회, 소녀상 건립 등에 대한 협력 방안 등을 나누기 위해 지난 15일 한국에 왔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몰러만스는 “소녀상 설치를 위해 시에 많은 증거자료를 제시했지만 백인 중심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 등으로 인해 받아들여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2020년에 출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책이 서점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시장의 허가를 받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7명의 소녀상을 만들 계획”이라며 “소녀상 제작에 필요한 재원과 설치 장소 및 시기 등은 암스테르담시와 협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의연과 함께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고 왔다는 그는 “연세가 많으신데도 네덜란드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의 연대 등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헤어질 시간이 되자 ‘우리 만남이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다음에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마라’는 말씀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리셀다 몰런만스(왼쪽)가 지난 17일 이용수 할머니의 자택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몰러만스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미술사 및 고전 고고학을 전공했다. 1979년부터 예술, 스포츠, 역사를 전문으로 하는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1991년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하고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김학순 할머니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부터다. 이후 1992년 네덜란드의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가 언론에 자신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히면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했다고 했다.

몰러만스에 따르면 1994년 네덜란드 정부는 종전 직후 조사한 30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증언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증거들이 계속 감춰져 있었을 거란 생각에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제국이 저지른 강간과 강제 매춘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쓴 책 <레이븐스 랑 오르로흐>(Levenslang Oorlog·평생에 걸친 전쟁)를 2020년 출간했다. 35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자료조사에만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2008년부터 영국·미국·프랑스·포르투갈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을 방문해 관련 자료를 찾았다. 그는 “1년 동안 미국의 한 문서보관소에서 방대한 자료를 얻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알고 있었고 문서로 기록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연합국은 또다른 ‘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네덜란드 국가 문서 보관소에서 발견한 관련 문서들은 2028년까지 비공개로 설정돼 있다. 몰러만스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국적이 유럽·아시아·미국·호주 등 35개국에 이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문제로만 축소하면 안된다”며 “유럽연합(EU)에도 피해자가 있다. 이들 나라들이 서로 연대해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러만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진상을 알리기 위해 네덜란드어로 출간한 책을 한국과 영어권 국가에 소개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는 “생존한 할머니들이 몇 분 남지 않아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느낀다”라며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증거를 계속해서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그리셀다 몰러만스가 2020년 출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책 <레이븐스 랑 오르로흐>(Levenslang Oorlog)를 소개하고 있다. 이진주 기자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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