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후원금 논란’ 이주호 “에듀테크 기업에 학교가 테스트베드 제공해야”

남지원 기자 2022. 10. 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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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 지난해 업계 세미나 참석
공교육 등 혁신 위해 에듀테크 활용
학교에 콘텐츠 구입 예산 확대 강조
후원·기부금 받아 실현 가능성 높아
커지는 에듀테크 업계와 유착 ‘의혹’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에듀테크 업계가 연 세미나에 참석해 ‘학교가 에듀테크 기업 경쟁력을 위해 테스트베드(시험장)를 제공하고 교육청은 교육콘텐츠·플랫폼 구입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듀테크 업체 다수로부터 선거 후원금과 기부금을 받은 전력이 있는 이 후보자가 장관직에 올라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는 지난해 3월24일 서울 강남에서 2021년 정기총회 1부 행사로 ‘교육혁신의 에듀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던 이 후보자는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40분가량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3월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

2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세미나 발표문을 살펴보면, 이 후보자는 공교육과 대학의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에듀테크를 활용해야 하고, 에듀테크 기업들에게 학교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우리 학교와 대학들이 에듀테크 기업들에게 테스트베드(시험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또 교육당국이 에듀테크 기업의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 등을 구입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교육 서비스는 무료여야 한다는 정부와 교육계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교육청 예산을 확대하고, 학교 또는 교사 단위로 콘텐츠와 플랫폼 라이선스 구입을 허용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외부 기관 제공이 불가능한 교육 관련 데이터를 에듀테크 기업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용 데이터 수집·활용을 법제화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학교의 테스트베드화, 교육데이터 제공 등은 기업 이익 창출을 위해 공교육기관인 학교를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라며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 학교가 사교육업체의 이익 창출을 위한 시험장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들에게 선거 후원금과 협회 기부금을 받는 등 상당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자가 AI 보조교사 도입을 과거 선거공약으로 내거는 등 평소 에듀테크에 관심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정책에 대해서는 (28일)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게 기부금·후원금을 낸 에듀테크 업체 관계자 상당수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K-에듀 통합플랫폼’ 자문단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에듀테크산업협회 임원 A씨는 지난해 교육부 ‘K-에듀 통합플랫폼 자문협의체’에 ‘학계·학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A씨는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이 후보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앞서 2020년 아시아교육협회 설립 때도 2400만원을 출연했다. A씨가 대표를 맡은 회사의 한 임원은 민간기업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다른 선거자금 500만원 후원자 B씨가 임원으로 있는 회사 관계자, 아시아교육협회에 1억원을 기부한 스마트러닝 업체 C사 임원 등도 협의체에 참여했다.

K-에듀 플랫폼은 교육콘텐츠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교육 콘텐츠 구매 쇼핑몰 ‘에듀몰’ 등이 연계된 플랫폼으로 2025년 전면 개통 예정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에듀테크 기업들이 학교 2만곳, 학생 580만명이 있는 교육 시장에 진입하거나 교육 빅데이터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이 플랫폼이 사교육업체의 학교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고, 빅데이터 오남용 가능성도 있어 우려되는데 장관 이해충돌 문제가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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