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세 모자 사망, 남편의 계획범죄… CCTV 피해 15층계단 올랐다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10대 두 아들 등 세 모자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은 “외출했다가 귀가하니 아이가 죽어있다”고 신고했던 아버지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특히 외출 상태로 가장하고 방범카메라(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안을 드나들며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며칠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26일 오후 살인 혐의로 40대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전날인 25일 밤 8시쯤 집에서 40대 아내 B씨와 중학생·초등학생 두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1차 조사를 진행했으며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씨는 오후 6시25분쯤 유치장이 있는 시흥경찰서로 이송되기 위해 광명경찰서를 나서면서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처벌받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신고를 직접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저질러서…”라며 얼버무렸고,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의 응답이 오간 3분여 동안 눈물을 흘렸고,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전 B씨와 부부싸움을 벌인 뒤 화를 참지 못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B씨가 잠시 외출하자 두 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5분여 뒤 집에 돌아온 B씨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당시 음주나 약물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범행을 마치고 집을 나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둔기, 입었던 셔츠와 바지 등을 아파트 외부 수풀에 버렸다. 이어 인근의 PC방에서 2시간 가량 있다가 오후 11시 30분쯤 귀가해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죽어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의 통보를 받은 경찰은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방범카메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26일 오전 11시쯤 아파트 주변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옷가지 등을 발견했다. 경찰이 범행 도구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A씨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여 전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던 A씨는 최근 들어 아내 B씨와 자주 다퉜고, 이혼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히 A씨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파트 입구 CCTV에 일부러 찍히거나 피하는 등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5일 오후 7시 51분쯤 아파트를 나서고, 오후 11시 23분쯤 귀가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사이에 범행이 이루어졌다. 경찰은 A씨가 아파트를 나선 직후에 CCTV가 없는 건물 뒤편 1층 복도 창문과 계단을 이용해 다시 15층 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르고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안 CCTV에도 A씨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귀가 전에 PC방에서 머무른 것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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