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의심되는데도 도주하고 다음날 나타나는 운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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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들이 교통사고 현장을 이탈한 후 뒤늦게 경찰에 출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A씨는 차량을 그대로 버려둔 채 현장을 떠났다가 사고 발생 34시간 만인 지난 22일 오후 10시 30분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상대 차량 운전자가 "B씨 동승자에게 술 냄새가 났다.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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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사고 위험 커 대책 마련 시급"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들이 교통사고 현장을 이탈한 후 뒤늦게 경찰에 출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낮 12시 6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서부교육지원청 앞에서 30대 남성 A씨가 외제 차를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차량을 그대로 버려둔 채 현장을 떠났다가 사고 발생 34시간 만인 지난 22일 오후 10시 30분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경찰은 차량 등록 정보를 토대로 A씨를 찾아갔지만, A씨가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귀가하지 않아 음주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도주 이후 PC방, 사우나, 병원 등을 방문했으며 병원에서는 두통을 이유로 링거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광주 서구 치평동 교차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30대 남성 B씨가 좌회전하던 중 다른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B씨는 사고 후 달아난 뒤 사고 발생 30여 시간 만에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사고 당시 상대 차량 운전자가 "B씨 동승자에게 술 냄새가 났다. 음주운전이 의심된다"고 진술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경우 운전이 금지되는데, A씨와 B씨는 사고 발생 30여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 음주 측정이 불가능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시간 도주한 운전자에게는 이 기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음주운전이 의심되더라도 현행법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법을 악용하더라도 잡아낼 방법이 전무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인명 피해를 내지 않은 '사고 후 미조치'의 경우 대부분 벌금 200만∼500만원에 그친다.
음주운전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이에 도로에 차량을 방치하거나 음주 상태로 차를 몰고 도주하는 경우 2차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게 경찰에 출석하더라도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방법을 강구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방문했던 주점에서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음주 장면을 포착한다거나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음주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법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망가는 경우 사태가 더 악화할 수 있는 사례들을 시민들에게 홍보해 적법한 법 절차를 따르는 게 불이익이 덜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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