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에 호감 느껴 아내 살해 '보살'인 척 가스라이팅

홍수현 2022. 10. 26. 11: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40대 남성이 1인 2역으로 자매를 농락하다 끝내 언니는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A(43)씨는 지난 2019년 실내 골프장에서 40대 여성 B씨를 만나 첫눈에 호감을 느끼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이들은 곧 동거를 시작했고 함께 살기 시작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A씨는 B씨에게 '용한 보살'이라며 한 사람을 소개해줬다.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뉴시스]

A씨에 의하면 그 보살은 대전에서 신내림을 받은 영적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 B씨는 A씨가 소개해 준 보살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자신이 믿고 따르던 A씨가 소개해 준 사람인데다 보살이 B씨를 둘러싼 관계, 환경 등을 꿰뚫어 봤기 때문이다. B씨는 점점 보살이 시키는 것은 모두 믿고 따르게 됐다.

그러나 지난 5월, B씨는 캐리어 가방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가 B씨에게 소개한 '용한 보살'은 사실 A씨 자신이었다. A씨가 다른 내연녀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자신이 보살인 척 B씨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B씨는 A씨와 동거하며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칭 '용한 보살'은 B씨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던 것이다.

A씨는 '용한 보살'로 분한 폰으로 B씨에게 "A씨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가 병환이 심각해 곧 사망할지도 몰라 A씨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신체 여러 곳에 '타투'를 해야 하고, 얼굴과 몸을 성형수술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B씨는 보살의 진짜 정체는 꿈에도 모른 채 전적으로 그의 말을 믿고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일명 가스라이팅(심리적으로 지배·조종하는 행위)을 한 것이다. 이같은 일은 약 2년간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B씨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평소 왕래가 뜸했던 가족들과 장례식에서 모두 모이게 됐다. 이 자리에 A씨도 참석했고 B씨의 여동생인 C씨도 있었다.

B씨는 여기서 만난 C씨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고 그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모친의 사망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를 이용해 B씨에게 했던 똑같은 수법으로 C씨에게 접근했다.

또다시 자신을 보살로 위장한 A씨는 C씨에게 "형부님 얼굴을 많이 보시고 가까이 하십시오. 기대고 의지하십시오.' '내년 2월28일까지 그 누구와도 성관계를 맺으시면 안 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심리적으로 조종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A씨는 시간이 갈수록 C씨에 대한 마음이 커졌고 급기야 'B씨만 사라지면 된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5월 14일 A씨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보살'의 탈을 쓴 A씨는 B씨에게 '오늘 휴대폰을 바꾸고, 아주 큰 가방 두 개 아주 싼 것으로 사라', '그 가방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갈 것이다', '집이 구해지면 왕비님(B씨)께서 깊은 잠에 빠지셔서 부처님과 어머님을 보시게 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수면제 성분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고 B씨 소유의 차도 팔았다. B씨가 스스로 도주한 척 꾸미기 위한 전략이었다. 평소 보살을 철석같이 믿던 B씨는 그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사건 당일인 5월 18일 A씨는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건넸고 B씨는 잠이 들었다. A씨는 잠이 든 B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사체를 이불에 감싸 B씨가 미리 구입해 둔 캐리어 가방에 넣었다.

이후 B씨가 사라진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이번에는 자신이 B씨인 척 C씨와 다른 가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와중에 C씨와 남녀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기회도 노렸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느낀 B씨 가족이 사흘 뒤 경찰에 B씨 실종 신고를 하며 A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종문)는 지난달 29일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충분히 잔혹한 데다 범행 이후 태도는 기만적이고 악랄하기까지 하다"며 "피고인은 미성년자간음죄 등으로 징역 8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것을 포함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 반사회적 성향이 관찰되고 폭력 범죄의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했다.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

▶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재밌는 아이뉴스TV 영상보기▶아이뉴스24 바로가기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