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 위한 '젊은 경북 만들기'에 5년간 7500억 투입하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인터뷰
올해 3월 기준 경상북도 23개 시·군의 경우 19곳이 ‘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북 의성과 군위, 봉화, 청송, 영양, 영덕 등 ‘소멸 고위험지역’은 9곳이다. 인구가 점점 줄어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가고 있는 것이다.
경북의 인구는 지난해보다 감소해 261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이젠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현재 가장 시급한 인구감소 극복에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구정책과에서는 결혼과 출산, 지방소멸 등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며 경북의 인구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도의 여성·가족정책과 인구정책은 저출산 극복과 지방소멸 대응에 투트랙으로 나서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일자리, 주거, 교통, 의료 등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에 분산하면 지방소멸 위기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를 위한 젊은 경북만들기에 7500억원 투입한다는데.
“경북형 아이 돌봄 사업은 부모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양육 활동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돌봄 비용 걱정덜기 ▲긴급 돌봄 걱정덜기 ▲돌봄 공간 걱정덜기 ▲돌봄서비스 만족도 높이기 ▲돌봄종사자 사기 개선 등 5개 분야로 추진한다. 5년간 총 7500억원이 투입된다. 우선 ‘돌봄비용 걱정덜기’ 사업은 양육에 대한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맞벌이 등 양육공백이 있는 가정에 부모 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무료 아이돌보미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무상보육 실현을 위해 ‘어린이집 필요경비 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신설 운영한다. 영유아 1인당 연 18만원의 경비를 가정에 지원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해 2025년까지 연 38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긴급돌봄 걱정덜기’로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긴급 돌봄체계를 촘촘하게 강화한다. 올 하반기부터 신설 운영 중인 ‘아픈아이 긴급돌봄 사업’을 통해 6세 유아부터 초등학교 대상의 아이가 아플 때 보호자 대신 보육 경력이 있는 전담 돌봄사가 병원동행과 안심귀가까지 지원한다.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서비스’는 기존 46개반에서 2026년까지 100개반으로 확대해 6∼36개월 미만 가정양육 부모의 긴급 돌봄 서비스도 한층 더 강화된다. ‘경북형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통해 난임부부 시술비 중 본인부담금의 100%를 지원해 자부담을 최소화하고 시술별 1회당 최대 지원금액도 한도 상향해 지원하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키울 엄두가 안 난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경상북도가 책임지고 다 키워준다는 신념으로 꼼꼼히 챙기겠다.”
-지방소멸 위기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
“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은 수도권 중심 국가발전전략과 국민들의 서울 로망, 즉 수도권병(病)이라 할 수 있다. ‘한강의 기적’서울의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수도권 중심 발전이 있었다. 그래서 파생된 과밀화와 무한경쟁 체제의 폐해가 지금의 지방소멸과 국가소멸 위기를 불러왔다. 결국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는 수도권 집중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 면적 10%의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아가고 있다. 50년 넘게 수도권 일극체제가 지속되면서 기업,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으니 주택난, 교통난, 환경난 등 사회적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반면에 지방은 공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수도권 과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매년 10만명의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직장을 구하고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먹고 살기 힘드니 결혼을 망설이고, 결혼을 해도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2019년 서울지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국 합계출산율 0.92명에 비해 0.2명이 낮고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합계 출산율도 0.85명이다. 반면 비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은 1.01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이제 판을 확 바꿔야 한다. 지방낙후의 악순환을 끊어야 국가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관건은 지방에 살든 수도권에 살든 똑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 의료, 교통 등의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유목민 국가가 아니라 태어난 곳에서 살아가는 정주민 국가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방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수도권병은 단지 전 국토 12%에 과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는 현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72%,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86%가 수도권에 입지해 있다. 수도권 쏠림은 수도권 불패신화를 만들었고, 반면 지방은 고사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수도권 중심의 고도성장으로 3만불 시대를 달성했다면, 5만불 시대는 지방 중심의 균형성장을 달성해야 만들 수 있다. 지방시대를 연다는 것은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교육·의료·문화·예술·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정부의 국정목표처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지방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년) 후 경제성만 따져 30년이 지난 지금도 경북도의 교통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건희미술관 결정에서 보듯 예술·문화 인프라 또한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접근성 강조를 들며 공모절차조차 없이 서울로 결정됐다. 이젠 지방 중심 사고로 ‘혁명적인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경북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를 위해 도지사 재선 직후 인수위 대신 ‘지방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5개 분과 1개 TF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 향후 경북의 정책과제들을 발굴하고 권역별 대표 정책들로 정리해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앞으로 경북도는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산업구조 혁신으로 미래세대 먹거리를 확보해 ‘경북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
-지방소멸위기 극복 노력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게 문제다. 청년들을 지방에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정주여건이 관건이다. 투자유치와 국비확보, 각종 공모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청년유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이다. 경북에서 만든 좋은 사례는 앞서 언급한 이웃사촌시범마을과 규제자유특구가 있다. 지방에서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규제자유특구는 경북에 4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경북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는 1조8158억 원의 투자유치로 전국 규제자유특구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규제자유특구 전체 투자유치 2조7000억 원 중 70%를 경북의 배터리 특구가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특정한 지역에서만 규제특례가 허용되는 제도가 ‘기업이 지방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현재 경북에는 4곳에 투자자유특구가 지정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획기적인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분권 강화는 물론이고 기업들이 지방으로 올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마련해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실시해 지역 투자기업에게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제공한다든지, ‘산업단지 원가분양’과 같은 수도권에서 누릴 수 없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이 지방에 몰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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