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지원 줄이고 민간주도로 하겠다는 노동부 청년고용정책
정부가 26일 청년정책 추진계획 중 하나로 발표한 고용정책은 직접 지원보다 ‘민관협업’에 더 무게를 뒀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대학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단계에 따라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청년고용정책은 이날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청년정책 추진계획 중 하나로 담겼다.
정부 청년고용정책은 앞서 발표한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맥을 같이 한다. 민·관협업에 기반한 일자리 지원과 신산업 훈련강화로 청년취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노동부는 “그간 윤석열 정부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기업투자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고, 반도체 분야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이러한 첨단 전략산업 활성화 및 신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고용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민관협업 중심의 청년수요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인구 감소세 전환과 신산업에 따른 새로운 역량요구 등 노동시장 변화로 ‘정부주도 청년 고용정책’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기업주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디지털 플랫폼을 마련해 청년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맞춤형 프로그램 매칭 지원체계도 개선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이나 검색기능 고도화를 통해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폴리텍대학에 관련 학과를 신설·개편한다.
구직단념 청년을 돕는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 이수 시 지급하던 수당은 기존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리고, 중·장기 프로그램도 1~2개월에서 5개월로 추가해 최대 300만원 지원한다.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청년일자리 도약 장려금'은 현행 1년 최대 960만원에서 2년간 고용을 유지하면 1200만원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진로찾기부터 입직 이후의 임금결정 등을 ‘공정’하게 하겠다고도 밝혔다. 공정 고용문화를 확립할 수 있도록 현재의 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전면 개정한다. 노동부가 말하는 ‘공정 고용문화’는 윤 정부가 개편을 추진 중인 주52시간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과도 맞닿아 있다. 노동부는 “직무·성과 중심 보상, 자기계발, 육아 등 필요에 맞는 일·생활 균형이 가능하도록 근로시간 유연화도 노동시장 개혁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직접 지원 예산을 줄이고 민간에 주도권을 주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이중구조’를 더 공고하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예산이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재직 청년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정부 주관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청년이 5년간 720만원을 적립하면 회사가 1200만원, 정부가 1080만원을 보태 총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금융상품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장기근속 효과를 볼 수 있고, 청년들은 성과보상금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국무조정실에서 실시한 ‘2022 청년정책 시행계획 평가 결과’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탁월’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올해 2750억원에서 대폭 줄어든 164억원만 편성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일채움공제회는 저임금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몫돈을 주는 성격으로 만든 것이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해결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런 예산은 대폭삭감하고 윤 정부의 ‘노동개혁’을 공정이라는 프레임으로 청년정책에 넣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게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공정을 말하려면 자본과 기업간 체불, 근로기준법 위반, 중대재해 위반 등에서의 ‘공정하지 않은 게임의 룰’도 언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지도 관건이다. 노동부는 소통의 통로로 기대하고 있는 청년보좌역과 2030자문단은 정부가 주도해 꾸린 이들이다. 전체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상황이나 이슈에 따라 다루는 의제들이 달라질 텐데 한정된 자원을 뽑아서 운영하는 것이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고, 정권 입맛대로 흘러갈 우려도 있다”면서 “새로운 청년들을 발굴한다는 취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책에 목소리를 보탠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성과 전문성, 대표성을 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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