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구 농수산시장 화재 때 스프링클러 ‘먹통’…피해 상인 ‘분통’
상인들은 “경보음만 울리고 한 대도 작동 안 해”
대구시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지난 25일 큰 불이 날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불길이 처음 시작된 도매시장 청과시장 농산 A동(연면적 1만6504㎡)에는 소방법 등에서 정한 규정에 맞도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농산 A동의 천장 면적 3.25m 마다 1대씩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비는 화재 발생 초기 불길의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피해 상인들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설비가 먹통이 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상인 이모씨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날(25일) 오후 8시30분쯤 가게로 달려 왔다”면서 “앞쪽 상가가 다 불에 타는데 스프링클러는 안 터졌고, 우리 가게에 있는 설비(스프링클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장(A동 가운데 큰 공간) 쪽에서도 불이 났는데 인근 스프링클러는 작동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 최모씨도 “(화재 당시) 화재경보음만 울리고 스프링클러는 작동 안 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피해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기만 했을 뿐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구소방본부는 현재까지 이번 불로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인 농산 A동의 점포 152개(입점 120개) 중 69개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소방당국은 1988년 10월 농산 A동이 개장할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추가로 시설 보강이 이뤄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동 지하공간(330㎡·약 100평)에는 2018년 6월 시설 현대화 차원에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신고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1988년) 최초 설치 이후 추가 설치나 보완이 이뤄졌는지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당국은 26일 오전 10시부터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벌이고 있다. 화재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경매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이전 논의가 수차례 나왔지만 2018년 현재 위치에 두고 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이 도매시장 이전 공약을 내세워 다시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내년 1월 예산 1억9700만원을 들여 이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2015년 이전 논의가 불거질 때 벌였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북구 검단동 검단들’ 등의 입지조건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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