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직업 찾기] 저마다의 장점과 매력을 찾아주는 이미지 컨설턴트
의뢰인 장단점과 문제점 분석할 관찰력 필요한 일
“연예인도 아닌데 이미지메이킹이 왜 필요해요?””
Q. 센터의 이름이 ‘브랜딩(Branding)’이 아니라 ‘블렌딩(Blending)’인 점이 새로웠어요.
커피를 떠올려보세요. 커피도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거나 내맘대로 볶고 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내가 원하는 맛을 내곤 하잖아요. 사람의 이미지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줘야할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가 필요해요. 대학 입시 면접장에서는 ‘이 학교에 합격하고 싶은 열정이 보이는’ 나의 모습이 필요할거고, 취업을 앞뒀다면 ‘일 잘하고 회사에 잘 어우러지는’ 똑똑한 내 모습이 필요하겠죠? 이미지 컨설턴트는 이렇게 상황에 맞는 나를 보여줄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걸 돕는 사람이랍니다.
Q. 연예인도 아닌데 일부러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에 가식적이라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이미지는 세상을 좀 더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법’이 돼요. 산에서 ‘자연인’처럼 혼자 산다면 이미지가 딱히 필요하진 않겠지만요.(웃음) 저는 늘 운이 좋은 아이였어요. 학교에선 혼이 나지 않는 아이였고,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꿈이었던 객실 승무원이 돼 원하는 일도 할 수 있었고요.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남들이 내게 원하는 것’이 뭔지 잘 파악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선생님의 말에는 대답을 잘하고, 실수를 했을 때는 겸연쩍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대신 죄송한 마음이 드러나는 태도를 보일 줄 알았죠. 사람들은 독심술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내 마음과 생각이 어떤지 보여줘야 해요. 행동과 마음이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죠. 오랜 시간 체득한 나만의 비법이 있다 보니 남들에게도 한 건,두 건 상담을 해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미지 컨설턴트로 일을 하게 된 거죠.
Q. 이미지가 단순히 ‘외모’를 뜻하는 게 아니었군요. 이미지 컨설턴트가 컨설팅을 해야 할 분야가 아주 폭넓겠어요.
맞아요. 의뢰인의 모습을 분석하고 의상부터 화장, 화술, 체형 등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자기소개서와 면접장에서의 목소리 역시 내 이미지가 되기 때문에 이미지 컨설턴트는 이런 답변과 자세까지도 컨설팅을 해주고요. 그래서 의뢰인에게 어떤 목적으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는지 묻는 게 먼저입니다. 입시생과 구직자, 기업 대표에게 필요한 이미지는 전부 다 다르거든요. 충분한 대화로 고민을 파악한 후에는 본인의 모습을 자기가 자각하도록 동영상으로 촬영하게 해요. 구부정한 자세, 말의 속도, 웅얼거리는 습관 등 고치면 좋을 부분이 객관적으로 보이게 되죠. 그러면 매주 한 개의 과제, 즉 눈을 깜박거리지 않기, 천천히 말하기, 낯선 질문에 무너지지 않고 의연하게 대답하기 등을 알려주고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겁니다. 적당한 미소와 발언 속도 등은 빠르면 두 달이면 교정이 돼요. 그리고 실수했을 때의 답변과 표정, 태도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주고, 위기도 기회가 되도록 도와드리고요. 실수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만 줄어들어도 훨씬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외모적으로는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간단한 체형 교정법을 알려주고, 본연의 얼굴과 혈색이 돋보이는 맞춤 컬러와 체형에 잘 어울리는 옷을 제안합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잘 맞는 화장품 색깔뿐만 아니라 정확한 제품명까지 콕 짚어 공유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으로 구직자를 뽑다 보니 오히려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마냥 똑똑하고 공부나 일을 잘할 것 같아 보이는 것보다는 대화를 잘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다시 말하면 업무는 좀 미숙할 수 있더라도 ‘말이 통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거죠. 가끔 준비한 답변을 줄줄 읊느라 질문과 상관없는 말을 하는 지원자도 있어요. 극단적이지만 “자장면이랑 짬뽕 중에 뭐 먹을래?”라고 묻는데 “스키장 가고 싶다”라고 대답하는 식이죠. 이런 지원자에게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겠죠?
“이미지가 달라진다고 ‘진짜’ 나도 달라지나요?”
Q. 세상에 한 발을 내딛는 학생부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까지, 사회 모든 계층의 이미지를 만들어주시는 만큼 기억에 남는 고객도 많겠죠?
강사로 일하는 중년 여성이었어요. 자기소개 시간부터 눈물을 보였는데, 모두가 자신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당당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셨어요. 대화를 통해 찬찬히 분석해보니 그분의 말투가 성인인데도 아기처럼 말하고, 말끝을 끄는 등의 문제점이 보였어요. 목소리 톤과 발성, 호흡 등을 알려드리고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게 되자 그 작은 변화로도 많은 것이 달라지더군요. 의뢰인도 사회생활을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가 세련돼져서 자존감이 훨씬 높아졌다고 아주 만족하셨어요.
Q. 외적인 조건을 이겨내고 승무원이 된 경력으로 항공과에 입학하고 싶어 하거나, 항공사 취업을 준비하는 의뢰인도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제가 승무원이 되기에는 ‘자격 미달’이에요. 키가 작거든요.(웃음) 면접을 수십 번 봐도 꼭 최종 탈락하곤 했어요. 면접관에게서 ‘키만 빼면 꼭 같이 일하고 싶은 지원자인데’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죠.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장점을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덕에 중국동방항공사에 합격해 객실승무원으로 일하게 됐고, 이후에는 대한항공에서 의전그룹 지상승무원으로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었죠. 저와 같이 항공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있어요. 제 컨설팅을 받은 뒤 외모 자신감이 너무 없었던 친구도 과 대표가 될 정도로 활발해지고, 대학생 모델을 선발하는 대회에 나갈 정도로 대외적으로 성격이 바뀌는 걸 보면 정말 보람 있어요.
Q. 이미지 컨설팅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거군요. 이런 이미지 컨설턴트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사람에 대한 관심은 필수예요. DISC나 MBTI 등 성격유형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요. 의뢰인의 성향에 따라 부드럽게 설명해주거나 직설적으로 ‘팩트 폭력’을 하는 등 조언 방법도 적절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하거든요. 색채를 연출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연구하는 컬러리스트, 국제이미지컨설턴트 공부를 미리 해서 자격증을 취득해두는 것도 좋아요.
특별히 화술, 즉 스피치에 관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말의 빠르기와 전달력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대화’라는 것도 꿰고 있어야 해요. 말과 말 사이의 정적, 말하는 사람의 제스처와 표정, 눈을 맞추는 행위도 모두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이니까요.
Q. 내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고 싶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내가 꾸준히 한 일, 좋아하는 일을 절대 사소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게 바로 내 강점이 된답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오래한 일, 좋아서 푹 빠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거든요. 슬라임을 만드는 걸 수도 있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걸 수도, ‘짤’이나 ‘밈’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 모든 게 나와 남을 다르게 만드는 성실함과 차별점이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입시 면접을 앞뒀다면 답변을 준비할 때 줄글을 달달 외우는 것보단 키워드를 숙지하세요. 문장으로 외웠다가 자칫해서 잊어버리는 경우 그다음 답변까지 모두 망칠 수 있거든요. 대신 키워드를 기억하면 해야 할 말을 금방 떠올릴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모습에 자연스러워지는 거예요. 마음이 급하고 자신의 모습에 어색해하면 자세와 답변이 매끄러울 수가 없어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연습하면서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원하는 결과를 얻길 바랄게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이동훈, 한국이미지블렌딩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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