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스마트팜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사람들, 스마트팜ICT전문가

한겨레 2022. 10.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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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농업 방식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스마트팜ICT전문가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김형석 센터장 인터뷰
김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센터장. 사진 바림

농작물이 자라는 안팎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야

Q.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나요?

농업은 땅을 이용해 곡식과 채소 등 농작물을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전통적으로는 작물의 육종(농작물을 개량해서 실용가치가 높고 우수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것)을 통한 품종 개발과 종자와 비료, 작물보호제 등을 투입해서 농작물을 재배했죠. 스마트팜은 이러한 농업 생산의 가치사슬(Value chain,기업 활동에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생산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말해요.

스마트팜ICT전문가는 작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생육을 위한 재배 환경이 될 수 있을지 모델을 만들어서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물을 주고 영양을 공급하는 등 스마트팜 내부를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크게 데이터센싱(Sensing) 파트, 모델링 파트, 활용 파트로 나누고 있어요. 특히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는 농업을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기초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일반적인 농작물보다도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 식품개발회사가 요구하는 기능성 식물을 기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가장 최적화된 기능성 식물을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죠.

Q. 사람의 생활이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원료를 포함한 식물은 어떤 것이 있나요?

상처를 치료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 덕에 화장품과 의약품에서 자주 활용되는 ‘병풀’이 대표적입니다. 병풀은 주로 해외에서 수입하곤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병풀을 재배하기는 하지만 원료가 될 만한 성분은 적은 편이기 때문이에요. 성분이 적게 든 이유를 재배 조건과 품종의 유전적 특성 등으로 자세히 분석하다 보면 성분의 함량을 늘리거나 더 많이 재배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는 거죠. 이외에도 간의 해독을 돕는 이고들빼기, 소아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용 대마 등이 있어요.

당뇨병과 비만 완화에 도움을 주는 사포닌 성분이 든 ‘인삼 열매’는 일반 밭에서라면 1년에 1번 열리지만, KIST 강릉분원의 스마트팜에서는 13개월 만에 2번의 열매를 맺어냈다. 이렇게 재배한 인삼 열매의 유효 성분은 기존과 차이가 없다. 사진 제공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Q.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농작물에서 어떤 데이터를 뽑아내게 되나요?

농작물의 품종을 떠올려보세요. 고추만 해도 꽈리고추, 청양고추, 오이고추 등등 각 품종마다 모양이며 맛이 다양하죠? 이렇듯 한 작물 품종의 유전적인 형질을 분석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작물을 재배하는 동안에는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의 양과 빛의 양, 그리고 땅이 물을 얼마나 머금었는지, 염도는 얼마나 높은지 등의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고요. 식물의 마디가 적당히 굵어졌는지, 꽃봉오리가 맺혔는지, 열매는 잘 달렸는지 등 생육 상태도 수치화해서 분, 시간, 주, 월 단위로 데이터를 모으는 거예요. 이러한 일을 데이터 센싱 파트에서 하는 거죠.

Q.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작물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스마트팜 내부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군요.

예를 들어 식물의 잎 또는 줄기가 균형이 맞지 않고 한쪽만 길고 연약하게 자라는 걸 ‘웃자람’이라고 해요. 웃자란 식물이 다시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려면 그에 맞는 빛과 온도, 영양분 등이 필요할 거예요. 모델링 파트는 웃자랐을 때의 형태와 재배 조건 등의 데이터를 보고 건강한 농작물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처방전처럼 모델 구조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특정한 조건에서 어떻게 자랄지 예측하고, 건강하게 재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추론할 때 인공지능 기술이 쓰이는 거고요. 예측과 추론을 통해 나온 처방을 사람의 손대신 이산화탄소나 이슬을 조절하는 제어 시스템으로 자동화해 최적의 스마트팜 내부를 만드는 것이 활용파트입니다.

Q. 식물이 자라는 모든 순간이 데이터가 되어 더 나은 스마트팜을 만드는 거름이 되는 거군요. 그런데 다루는 대상이 농작물, 즉 생명이다 보니 변수가 많아서 유효한 데이터를 얻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자라요. 광합성에는 물과 햇빛, 이산화탄소가 필요하고요. 만약 잎 주변의 습도가 낮거나 수분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 빛이 충분해도 식물의 기공(잎의 뒷면과 어린줄기의 표면에 있는 작은 구멍. 뿌리에서 올라온 물이 수증기가 되면 기공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며,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기공으로 들어온다.)이 열리지 않아요. 그러면 식물이 제대로 광합성을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리고 이런 빛과 온도 등의 재배 환경 조건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종자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육묘(작물을 재배할 때 바로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모판에 씨를 심어 어린식물을 기르는 것) 과정에서 병이 생기기도 하고, 어떨 때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시들기도 하죠. 살아 있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실험을 어렵게 하는 변수도 아주 다양하답니다.

내 손으로 식물을 기르고, 데이터를 관찰해보는 자세를 갖출 것

사진 제공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Q.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스마트팜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일단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게 중요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우리센터에서 빛과 온도, 영양소를 제어하면서 식물이 자라고 변화하는 데이터도 함께 수집하는 식물 재배 시스템인 ‘푸드 주크박스’를 개발한 거예요. 작은 박스형 스마트팜 안에서 농작물을 키워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자라는지 확인도 하고, 카메라와 센서로 데이터를 모아서 사물인터넷 기반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확보하는 방식이에요. 지금은 약 300대의 푸드 주크박스를 운영 중이죠. 또 반도체의 회로를 찍어내고 공급하는 공장을 ‘파운드리(Foundry)’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파이토(Phyto)’, 즉 그리스어로 식물을 뜻하는 단어를 붙인 ‘파이토 파운드리(Phyto-Foundry)’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어요. 식물의 종자가 발아하는 것부터 최종적으로 수확하는 과정까지 정교하게 설계해서 기능성 식물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게 희망입니다.

Q. 그렇다면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자연에는 모든 것의 소재가 숨어 있어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을 넘어서 공산품에 활용할 원료도 자연에서 찾고, 이를 스마트팜과 접목하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하겠죠?

강원도 지역의 장점도 극대화해 스마트팜 연구와 연결하려 해요. 백두대간과 DMZ(비무장지대), 금강산은 동식물 자원이 풍부해 바이오산업과 천연물산업이 발전하기 좋은 환경이거든요. 강원도 내에서 원료도 생산하고 이를 제품화하며 지역민의 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도 연계해보고 싶어요.

Q. 이런 기술을 연구하려면 농업학과 관련한 석사, 박사학위는 꼭 따야겠네요.

우리 센터에서 일하려면 석· 박사학위가 필수이기는 합니다. 센터 연구원을 보면 농기계학이나 농공학, 식물 또는 생명과학 전공이 대다수예요. 저는 식물생리학을 전공해 재배 분야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지만 초반에는 농작물의 데이터를 이미지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그러니 미리 파이선(Python) 등의 코딩 언어를 이해하고, 센서와 제어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두는 걸 추천합니다.

Q. 지금부터 식물을 길러보고 프로그래밍에 손을 대보는 게 도움이 될까요?

요즘은 집에서도 손쉽게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가정용 식물재배기가 많아요. 식물을 직접 키워보고 그 데이터를 얻어보세요. 데이터는 꼭 기계적인 센서가 있어야만 얻는 건 아니거든요. 식물의 마디나 잎이 매일 얼마나 길어졌는지 줄자로 길이를 잴 수도 있고요, 두 개의 화분에 물이나 빛을 조절해보면서 어떻게 자라는지 그 차이를 기록해보는 것도 좋죠.

‘아두이노’와 같은 도구로 조명을 켜고 끄는 장치를 직접 만드는 경험 또한 정보통신기술적인 관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론으로 배운 것을 자기만의 실험으로 확인하는 과정, 그 자세를 먼저 갖추길 바랍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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