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린 식용유·키친타월… 공원에 6번 불 지른 연쇄 방화범 정체

박선민 기자 2022. 10. 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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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의 한 공원에서 60대 여성이 식용유와 키친타월을 이용해 갈대에 불을 붙인 뒤 달아나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부산 북구의 한 공원에서 여러 차례 방화를 저지른 여성이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26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7일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갈대숲에서 방화 혐의로 A(60대)씨를 체포했다. A씨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식용유와 키친타월 등을 이용해 공원 인근에서 총 6회 화재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걸 두고 단순 화재가 아닌 ‘연쇄 방화’를 의심했다. 이에 강력팀을 투입, 생태공원 내·외부 CCTV 총 33대를 분석했다. 결국 경찰은 화재 발생일마다 A씨가 공원 인근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잠복근무를 진행했고, A씨가 7번째 방화를 하려던 순간을 포착하고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지난 24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체포 당시 영상을 보면, A씨는 식용유와 키친타월을 이용해 갈대에 불을 붙였다. 갈대에 불이 붙자 잠복하고 있던 경찰은 A씨를 불렀고, A씨는 급히 발걸음을 돌려 도주를 시도했다. 경찰은 빠르게 다가가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체포 당시 A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잡풀을 태우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적발된 방화 건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지 6건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앞선 현장에서도 식용유 병과 키친타월 등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A씨가 방화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3000명 정도의 시민이 화명생태공원에 방문하고, 부지도 매우 넓다”며 “이에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약 30명 정도가 매일 잠복과 순찰, 거점 근무를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등장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막막함이 있었지만, 북부서 모든 형사가 한마음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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