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보고서' 환경부가 발표 꺼렸다? 책임 떠넘기는 식약처

박고은 2022. 10. 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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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1년 반 동안 발표를 미뤄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21일 국회 요구에 떠밀려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식약처와 환경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곳곳에 조사 결과를 부정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 공개 뒤에도 "위해한 수준이 아니었고,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조사 결과 공개를 미뤄온 식약처는 그 책임을 환경부에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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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연구자들 "조사 결과 부정하려는 식약처 태도가 문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소속단체 회원들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성역 없는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1년 반 동안 발표를 미뤄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21일 국회 요구에 떠밀려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식약처와 환경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곳곳에 조사 결과를 부정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정경숙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화학물질 영향보다 “물리적 자극, 개인의 질병력 등” 앞세우기?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불편 증상은 물리적 자극, 개인의 질병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 작용”이란 내용을 가장 먼저 앞세웠다. 착수 4년10개월 만에 공개된 조사 결과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단면조사(15∼45살 여성 1만6천명 설문조사)와 패널조사(19∼45살 여성 2600여명 10개월간 생리일지 작성)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두 조사에서 모두 ‘화학물질 노출 수준에 따라 생리 불편 증상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정경숙 교수는 “(정부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사 대상이 2600명이나 되고 그 결과가 일관되게 나온다면, ‘화학물질 노출의 영향일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회용 생리대 계속 사용해도 된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 공개 뒤에도 “위해한 수준이 아니었고,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단정할 수 없다. 위해성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는 “식약처는 질병·발암성 중심으로 봤을 때 안전하다는 입장인데, 같은 생리대를 써도 누구는 가벼운 불편 증상이 있고 누구는 내분비계 장애까지 겪을 수도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여성들이 겪는 불편 증상조차 부정하려는 식약처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생리대 사용-증상’ 인과관계 확인 아니다?

식약처와 환경부는 “이 결과는 역학적 관찰 연구로 화학물질이 생리 증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건 아니다”란 점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식약처는 화학물질 노출이 있고 난 다음 증상이 생겼는지를 증명해야 ‘인과관계가 확인됐다’고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출과 증상은 거의 동시에 발생한다. 식약처의 주장대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발암성 평가를 할 때도 발암성 역학조사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나면 (인과성이 있다고 보고)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떠넘기기, 환경부가 발표 꺼렸다?

조사 결과 공개를 미뤄온 식약처는 그 책임을 환경부에 떠넘기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의원 요구에 “환경부가 연구 검증이 끝난 다음 제출하고자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발표를 지연시킨 건 식약처라는 게 책임연구자의 설명이다. 정경숙 교수는 “환경부가 발표를 원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지난 1월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공동협의회에서도 조사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외부에 발표할 최종 보고서의 문구 조정까지 마쳤다. 끝까지 발목을 잡은 건 식약처”라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환경부와 협의해 낸 자료”라며 발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반대로 발표가 지연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기 위해 환경부와 함께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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