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3기]③"대만에 무력 사용 포기 안해"..격랑 속 동아시아
中, 대만 침공시 일본·호주 참전 불가피, 동북아 전역 전쟁터로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되면서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꼽는 대만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북아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대만 문제만으로 국한할 수 없다. 중국의 대양 진출과 세계 반도체 공급 등 경제·안보 이슈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대만은 미국의 대중 견제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어 향후 미·중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좌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대만 위기는 표면적으로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 반발로 가시화된 측면이 크지만 중국의 '대만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과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오래된 두 난제가 충돌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더욱 정확한 분석이다.
일단 3연임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달성한 시 주석은 이번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화민족 부흥을 필수선결이라고 못을 박는 한편, 대만 독립 반대 결의를 채택했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 인민 고유의 업무이고 인민들이 결정할 일"이라며 "결코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하지 않고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을 유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당대회에서 대만 문제는 연설 중·후반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선 초반에 등장, 시 주석이 얼마나 대만 문제를 중시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만 문제가 미중 갈등에서 최전선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 주석이 이처럼 대만 문제를 중시하는 것은 3연임 배경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조국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침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의 가시적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대만통일에 대한 중국의 야망은 이번 지도부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3번째 임기를 확정하면서 두 명의 군 장성들에게 보상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장성은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이 된 장여우샤와 제2부주석이된 허웨이둥이다. 블룸버그는 이들의 임명에 대해 대만에 대한 무력을 직접 사용할 가능성은 낮아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실제 점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군 현대화에 대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앙군사위 개편에 대해 중국군이 시 주석의 향후 5년간 대만에 집중할 것임을 나타내는 분명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중국 군사 평론가 쑹중핑은 "푸젠성에서 강력한 이력을 가진 허웨이둥의 승진은 인민해방군이 대만에 대한 전투 대비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난 방문 연구원은 "허웨이둥이 부주석으로 승진한 주요 이유는 대만을 상대하기 위함"이라며 "푸젠성은 언제나 대만 정복을 위한 최전선이었다"고 했다.
사실 대만해협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국민당 정부가 1949년 국공내전 이후 대만으로 이주, 중화민국(대만) 건국 이후 약 70년 동안 중국과 대만은 대부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였다.
이런 대만 해협 상황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도 언제든 러시아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여기에 중국과 대만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단순히 지역 안정과 세계 공급망뿐 아니라 글로벌 양대 강대국이 중국과 미국의 충돌로까지 번질 수밖에 없어 그 파급력은 전 세계를 경제 불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네 차례나 중국의 대만 침공시 군사개입 발언을 하면서 미·중 신경전은 더욱 가열됐다. 중국은 매번 대만은 중국의 내정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고 이에 미국 국방부는 대만에 대한 전략 모호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양측간 대립은 더욱 첨예해지는 형국이다.
시 주석의 입장에서 대만 통일은 3연임의 주된 명분 중 하나다. 만약 시 주석이 대만 통일에 대한 강도 높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3연임의 주된 명분 하나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동맹국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사실상 동맹국 이상의 입지를 가진 대만에 대한 보호를 천명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성 상실뿐 아니라 중국 견제의 보루를 잃을 수밖에 없다.
대만 내부에서는 당장 침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지만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당 대회 발언을 근거로 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미국의 동북아 최대 동맹국인 일본과 오커스(AUKUS) 일원인 호주의 참전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국, 일본, 호주, 대만 전문가 견해를 종합해 중국의 대만 전쟁 6단계 시나리오를 공개하며 중국이 주일 미군 기지를 공격해 일본과 호주가 참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동북아 전역은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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