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은' 고혈압약 춘추전국시대…한미 vs. 녹십자·제일, 뭐가 다르지? [Bio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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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고지혈증을 함께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병처럼 생각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른 병이고 약도 따로 먹어야 합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제약사들은 고혈압을 치료하는 성분과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성분이 한 알에 모두 들어있는 '복합제'를 잇따라 출시했는데요. 한 알의 약에 얼마나 많은 성분을 넣을 수 있는지가 경쟁의 대상이 됐고, 최근에는 4가지 성분을 하나로 합친 4제 복합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이 '아모잘탄엑스큐'로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이후 줄줄이 제약 대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달에 출시된 GC녹십자의 '로제텔핀'과 제일약품의 '텔미칸큐', 아직 출시 전이지만 최근 허가를 받은 종근당의 '누보로젯'이 대표적입니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엑스큐'는 지난 2020년 가장 먼저 허가를 받고 지난해 2월 출시돼, 4제 복합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급여 등재가 돼 현재 판매 중이고, 지난해 원외처방액이 23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25억 원이 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아모잘탄엑스큐' (사진 제공=한미약품)]
약 1년 7개월간 한미약품이 혼자 독주하던 시장에 도전자가 등장했습니다. 이번 달에 급여 등재돼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GC녹십자와 제일약품의 4제 복합제입니다. 두 제품은 유한양행이 개발한 '듀오웰에이플러스'와 동일한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이 듀오웰에이플러스를 먼저 개발한 후 따로 출시하지 않고 GC녹십자와 제일약품의 주문을 받아 생산만 해 주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의 독주가 길어지자 경쟁사들이 빠르게 합작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GC녹십자 '로제텔핀'(왼쪽) 제일약품 '텔미칸큐' (사진 제공=GC녹십자, 제일약품)]
성분 조금씩 달라…효능도 차이후발주자가 시장을 뚫으려면 가격이 됐든 효능이 됐든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GC녹십자와 제일약품이 출시한 약은 성분에서 차별점이 있습니다.
중복되는 성분을 제외하면 한미약품은 고혈압 치료 성분 중 '로사르탄'을 사용했고, GC녹십자·제일약품은 '텔미사르탄'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서 일단 차이가 생깁니다. 로사르탄 성분은 신장에도 적응증이 있어서, 고혈압 환자 중 신장이 약해진 환자들에게 처방을 하고, 텔미사르탄은 고혈압 환자 중 심혈관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주로 처방됩니다.
'예비 대항마' 종근당…급여 등재 시기 '저울질'
또다른 '예비 대항마'도 있습니다. 종근당은 4제 복합제 '누보로젯'을 개발해 지난 7월 허가를 받았습니다. GC녹십자·제일약품의 제품과 성분이 거의 비슷하긴 한데, 종근당은 암로디핀 대신 'S-암로디핀'을 사용했습니다. 암로디핀은 R-암로디핀과 S-암로디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지 부종을 일으키는 R-암로디핀을 제거하고 S-암로디핀만을 사용한 것입니다. 기존 암로디핀 성분이 갖고 있던 하지부종 부작용을 없앴다는 겁니다.
하지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종근당의 누보로젯은 아직 급여 등재 전이고, 회사는 급여 신청도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종근당 관계자는 "약가 전략이나 다른 제약사 제품이 등재되는 용량 및 약가 현황 등을 보고 전략을 짠 후 시기를 봐서 급여 신청을 할 것"이라며, "당장 시기는 미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복합제의 경우, 급여를 신청하고 등재되기까지 대략 3개월 정도 걸립니다. 즉, 아무리 빨라도 누보로젯은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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