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한예종, 석·박사가 없는 이유[우보세]

유동주 기자 2022. 10. 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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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입시에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실기위주의 예술전문 교육기관인 한예종이 석·박사 학위를 두는 건 안 된단 것이다.

한예종 학생들이 자교의 석·박사 학위를 통해 학문으로서의 예술을 더 배우고자 하는 건 당연하다.

타 대학 입장에선 한예종 석·박사 과정 개설시 '시장'을 뺏길 수 있단 우려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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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1.10.19/뉴스1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이한 한국예술종합학교에는 석·박사 과정이 없다. 설립시 '대학'이 아닌 고등교육법 상 '각종학교'로 시작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

예술전문과정을 가르치며 사실상 '대학' 역할을 하는 한예종은 관련 법 '준용' 조항에 의해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 그런데 한예종 학사학위자가 석사과정에 해당하는 한예종의 '예술전문사'로 진학하면 석사학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석·박사 개설은 한예종 구성원들의 오랜 숙원이다. 법 제정이나 개정 노력을 통해 바꿔보려고 했지만 예술분야 학과에 석·박사 학위가 '당연히' 있는 기존 4년제 예술대학들의 반대 때문에 국회에서 번번히 좌절됐다.

다른 대학들의 반대 논리는 간단하다.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입시에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실기위주의 예술전문 교육기관인 한예종이 석·박사 학위를 두는 건 안 된단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그럴듯 해 보이겠지만, 어불성설이다. 예술을 갈고 닦는 데에 '이론'과 '실기'가 동반돼야 함은 당연하다. 이론만 갖춘다고, 실기만 뛰어나다고 완성된 예술인이 될 수 없다. 현대의 예술에서 '기능'적으로만 뛰어난 이들이 꼭 최고의 경지로 칭송되지 않는 것과 같다.

한예종이 실기 위주의 학교라 해도 이론을 배격하는 곳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타 대학 예술계열도 마찬가지다. 높은 수능성적이어야 입학이 가능한 학교라 해서 그 학교 예술계열 학생들이 모두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다.

정도의 차이일 뿐 예술엔 이론과 실기가 동반될 수 밖에 없다. 한예종 학생들이 자교의 석·박사 학위를 통해 학문으로서의 예술을 더 배우고자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한 의지와 열망에 제한을 둘 필요도 없다.

타 대학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진짜 근본적인 이유는 '두려움'일 수 있다. 이미 한예종은 졸업생들의 '실력'으로 국내 예술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 대학 입장에선 한예종 석·박사 과정 개설시 '시장'을 뺏길 수 있단 우려를 할 수 있다. 패배주의적 사고다.

석·박사 진학을 원하는 이들은 적성과 실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나름의 경쟁력이 있는 학교라면 석·박사 진학생 유치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예술계 대입과 대학원 입시에선 수험생들에게 '경쟁'을 강제시키는 대학들이 정작 자신들의 학위 과정이 강력한 경쟁자의 도전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오히려 한예종에도 석·박사가 개설된다면 각 학교의 순혈주의가 퇴색되고 상호교류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 예술계 석·박사 진학자 입장에선 한 번의 선택지가 더 생기는 셈이다.

국회는 자유주의 원칙과 시장 논리에 맞도록 한예종 설치법 제정을 통해 같은 위치에서 예술계 대학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 기존 대학들의 이기주의를 이유로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으로 치부해 버리는 건, 이젠 지양해야 할 국회의 나태함이자 비겁함이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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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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