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기정보분석원' 시동..60개 부처에 의견조회
최근 4년 약 119만건 발생…특경법 사기는 약 9600건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 고도화 시대에 적절한 대응이라면서도 일부는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2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등 60여개 부처에 '사기정보 기본법안' 입법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29일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사기정보분석원은 경찰청 소속으로 사기범죄 정보 수집·분석·제공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의심 금융거래 긴급 지급정지 조치 요청, 사기범죄 의심 통신수단에 차단 요청, 사기위험행위 유포 시 긴급 차단 등의 권한을 갖는다.
사기정보분석원장은 사기 범죄 형사사건 수사 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하고, 외국사기정보분석기구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정사기범죄 수사 특례를 만들어, 경찰이 특정사기에 신분 비공개 수사나 신분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범인 추정자에 접근해 행위 증거와 자료 등을 수집하거나, 문서와 전자기록 등을 위장해 수사한다.
사기정보분석원 추진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사기 범죄가 있다. 김용판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최근 4년간 사기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발생 현황에 따르면 사기죄는 약 119만건, 특경법상 사기죄는 약 9600건이다.
미성년 사기 범죄 피의자도 꾸준한 증가 추세다. 2018년 7013명, 2019년 8099명, 2020년 9301명, 2021년 6929명이 검거됐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2019년 3만7667건·6398억원, 2020년 3만1681건·7000억원, 2021년 3만982건·7744억원으로 건수는 감소했지만 액수는 증가했다.
소관 부처로 지정된 경찰청은 현재 기재부 등 60여개 부처에 입법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국장이 사기전문분석국을 운영하는 영국을 방문해 관련 정보를 얻기도 했다.
경찰은 법안 통과 이후 운영 방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영국과 한국 상황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력 역시 영국은 80여명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예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원장 계급 역시 향후 논의 대상이다.
사기정보분석원이 운영되면 능동적인 사기 범죄 대응이 기대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영국은 운영 이후 건수가 3배가 늘었다고 하는데 과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접수만 받지만, 운영되면 데이터가 많아지고 암수 범죄도 막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기정보분석원 설치에 긍정적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촘촘히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사기 범죄도 유형에 따라 다른데 이를 분류하는 작업과 선제적·예방적 조치는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절차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기에 입법 과정에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분 비공개나 위장수사도 사기는 디지털성범죄나 마약과 다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전통 방식이 아니라 수법이 다양화되면서 부득이하게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신분 비공개나 위장 수사도 일부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법제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 이용 과정에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엄격한 통제가 이뤄져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사기범들이 이미 개인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다만 보직 신설 목적보다 연구·개발 역할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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