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사, 아파트 엘리베이터서 하루 40만명 노출.. "뉴스는 정보다"

최승영 기자 2022. 10. 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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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디지털리포트 / 무등일보]
신문·통신사·생활정보 플랫폼 모인 '사랑방닷컴'
무등일보 디지털 전환에 주요 역할
'퀵 서베이'로 진짜 여론 찾기 나서

무등일보는 광주역에서 멀지 않은 북구 제봉로 324 SRB빌딩에 위치한다. 이 지역일간지는 사랑방신문,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와 함께 한 건물에 자리 잡은 ‘한 지붕 세 가족’의 일원이다. 호남 최초 생활정보지 사랑방신문을 내온 SRB미디어그룹이 2017년 두 매체를 인수하며 신문사, 통신사, 생활정보 플랫폼이 한 그룹에 몸담게 됐다. 국내 첫 사례로서 이 같은 결합은 현재 무등일보의 디지털 전환에 결정적인 모멘텀이었다. 박지경 무등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19일 본보와 대면 인터뷰에서 “지면과 홈페이지 외 ‘(사랑방)뉴스룸’ 플랫폼이 추가로 생기면서 콘텐츠의 노출·유통을 다양하게 할 여지가 커졌다”고 유통 측면의 변화를 설명했다.

신문, 통신사, 생활정보 플랫폼의 독특한 결합 속에서 지역일간지 무등일보는 새 길을 가고 있다. 사진은 무등일보 디지털편집팀이 웹 전송된 기사를 수정하는 모습. /무등일보 제공

인수 이후 그룹이 운영해 온 ‘사랑방닷컴(sarangbang.com)’ 페이지엔 지역 맞춤형 뉴스 플랫폼이라 할 ‘뉴스룸’ 카테고리가 생겼다. 여기 무등일보,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기사가 노출된다. 지역 내 유력 플랫폼은 부동산과 원룸, 직업학원, 중고거래 정보는 물론 이사·청소, 인테리어, 맛집 소식까지 전하는 일종의 지역 포털로 역할 해왔다. 홈페이지 외 고유한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지역신문사 아니 언론은 드물고 특히 자·타천 “광주전남 1등”이란 평가가 나오는 유의미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재 무등일보는 종이신문 2만4000부를 발행하고, 홈페이지 방문자는 일 평균 2만명대다. ‘사랑방닷컴 뉴스룸’엔 하루 평균 6~7만명(2020년 기준 일간 최고 120만 PV·9만8000 UV)이 찾는다. 앱을 통해 기사 추천 푸시만 보내도 통상 2만~5만, 최대 10만 PV가 나온다. 광주 228개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 TV에 공유되는 콘텐츠는 하루 40여만명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무등일보는 단순히 유통채널 확대에 안주하지 않고 편집국 기조를 바꾸는 화학적 변화를 꾀했다. ‘뉴스는 인포(info)다’, ‘지역민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기사가 날아다녀야 한다’는 콘텐츠 방향이 대표적이다. 무등일보 한 기자는 “일종의 새 미션인데 무겁고 딱딱한 뉴스가 아니라 가벼우면서도 똑똑하고 재미있는 아이템, 생활기사 관련 발제를 많이 고민한다”며 “취재기자는 출입처로 곧장 출근해 콘텐츠 생산만 전담한다. 뎁스(depth) 있는 걸 신문 마감과 상관없이 출퇴근 시간에 내놓는 식이다. 비교적 한가했던 오전이 바빠지는 등 업무량이 늘었고 사진과 영상, 링크 배치 등 고민도 생겼다”고 했다. 박 편집국장은 “주요 출입처 기자는 불가피하게 보도자료 기사를 쓰지만 궁극적으론 ‘에디터가 보도자료를 담당한다’는 원칙이다. 속보도 쓰지만 이면의 팩트에 주안점을 두고, 관성대로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신문 제작 시엔 동료 회사인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기사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화는 ‘에디터제’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의 영향이다. 2년 전 ‘신문제작’과 ‘콘텐츠생산’을 분리했다. 편집국 산하 취재1·2본부 소속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하고 신문제작국 내 5인 에디터와 편집국장 등 총 11인이 신문제작을 전담한다. 편집국장 직속 디지털편집팀(4명)은 카드뉴스, 오늘의뉴스, 영상 등 임무를 맡는다. 양병수 무등일보 상무는 “인력 구조, 경영 때문에 보도자료에 치중하는 ‘악순환’이 있었고 지역신문이지만 취재기능 회복이 핵심이란 판단이었다”며 “분리를 하면 인원이 몇이라도 더 있어야 하지만 토론 끝에 선도적으로 가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무등일보, 뉴시스 광주전남, 사랑방 플랫폼이 각 매체 정체성에 따라 역할을 나누며 ‘따로 또 같이’ 작동하는 구조다. 양 상무는 “3사 핵심 관계자가 참여한 미디어융합TF에서 주요 안건을 논의, 조율하는 등 세 회사는 한 회사처럼 돌아간다”며 “기자가 파견을 오고 사랑방뉴스룸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기술인력 20여명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수시로 개편을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문, 통신사, 생활정보 플랫폼의 독특한 결합 속에서 지역일간지 무등일보는 새 길을 가고 있다. 사진은 광주 한 시민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무등일보 기사를 보는 모습. /무등일보 제공

세 매체가 공유한 가치이자 가장 근원적인 변화는 지역민의 실제 여론을 파악해 콘텐츠화 하는 시도에서 드러난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사랑방뉴스룸에서 실시해온 ‘퀵 서베이’가 사례다. 2020년 ‘5·18 40주년 기념식 장소’를 두고 기존 망월동 5·18민주묘지 개최 요구가 나왔지만 서베이에선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 개최 여론이 90%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신문을 통해 이를 보도했다. ‘복합 쇼핑몰’, ‘광주지하철 2호선 건설’ 등 첨예한 이슈 때마다 자체 유력 플랫폼을 활용해 ‘진짜 목소리’를 전했다. 플랫폼 ‘광주톡’ 카테고리 내 마련된 ‘불편잇슈’(생활 속 불편불만), ‘광주이야기’(광주현안과 기자 제보) ‘내집마련톡’(지역부동산 정보) 게시판은 지역민들이 모여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커뮤니티로서 기능을 이미 하고 있다.

유지호 무등일보 디지털편집부장(겸 사랑방미디어 뉴스룸 센터장, 부국장)은 “중앙의 포털처럼 광주전남의 네이버·다음 같은 지역 대표 플랫폼으로서 지역민의 실제 니즈, 여론을 잡고 어젠다와 콘텐츠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불편고발, 의견개진을 하면 기자가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큰 어젠다가 아니라 ‘광주천변 산책길이 좁아 자전거와 시민이 부딪치기 쉽다’ ‘충장축제 현장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 등인데 우리 시스템을 활용해 시민과 소통하고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지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일간지와 통신사, 생활정보지 플랫폼이란 독특한 결합 속에 무등일보는 새 길을 가고 있다. 박 편집국장은 “포털에서 먹히는 콘텐츠는 지역 콘텐츠가 아니어서 CP제휴 재도전과 홈페이지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 토론 중”이라며 “이제 겨우 방향을 찾았을 뿐인데 내년엔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반으로서 에디터제를 안착시키고 싶다”고 했다. 유지호 부국장은 “지역민의 의견을 담아 지역 이슈를 풀어내는 서비스·솔루션 저널리즘이 우리 방향”이라며 “광주사람들이 광주 이야기를 현안을 논의하는 커뮤니티, 이 얘기들이 정책이나 사회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존 커뮤니티도 싹 바꾸고 ‘뉴스룸’ 역시 계속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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