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보수 수낵..경제 안정은 '기대', 정치 역량은 '글쎄'

박용하 기자 2022. 10. 25. 21: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신임 총리 "경제 안정과 신뢰 회복 최우선" 취임 일성
정책에 타협적 노선..보수당 위기 해소·총선 대비 시험대
우뚝 리시 수낵 영국 차기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총리 내정이 확정되자 보수당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 | EPA연합뉴스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가 25일(현지시간)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경제 안정과 신뢰 회복”을 내세웠다. 영국 내에서는 수낵 총리에 대해 “리즈 트러스 전 총리보다 실용적이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보다 안정적인 인물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타협적인 그의 정책 노선과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역량은 여러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과 악수함으로써 총리로 공식 임명되는 상징적인 의식을 가졌다. 그는 지난 24일 다른 후보들의 불출마와 기권으로 단독 후보가 된 뒤 보수당 대표 및 57대 총리 내정자로 결정됐다.

수낵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한 취임 연설에서 위기에 빠진 영국 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전임인 리즈 트러스 총리가 쉼없이 개혁을 추진했다면서도 “일부 실수가 있었다”면서 실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트러스 전 총리가 발표한 감세안이 야기한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수낵 총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에서도 대대적인 감세를 강조했던 트러스 전 총리와 달리, 인상된 법인세를 유지하고 소득세 인하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총리로 확정된 뒤 영국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파운드화 가치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낵 총리는 보수적이면서 실용적인 경제 노선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무장관 시절에도 이 같은 모습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횡재세’ 논의가 대표적이다. 당초 그는 횡재세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으나, 일반 가정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과세를 허용할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처럼 타협적인 입장이기에 일각에선 그가 설계한 횡재세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 정책을 두고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그는 2045년까지 영국이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기를 원한다면서 셰일가스 추출과 함께 풍력과 태양광, 원자력 발전 등에 공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육상 풍력발전을 어렵게 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해 COP26 유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 원조를 삭감하기도 했다.

국방예산은 트러스 전 총리 때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러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국방예산으로 잡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기준보다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수낵 총리는 성향상 국방예산 비율을 2%로 유지해 재정을 절약할 가능성이 높다. 더타임스는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지원 속도와 수위를 조절해갈 것으로 예상했다.

수낵 총리는 경제 문제뿐 아니라 보수당의 위기를 해소하고, 향후 있을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역량을 두고는 아직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합리적인 관리자나 실용주의자에 가깝기에 정치적 투쟁에는 적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낵 총리는 존슨 전 총리의 내각에서 제일 먼저 사표를 던지며 그의 퇴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그를 ‘정치적 암살자’라 보는 당내 일각의 시선도 남아 있다.

수낵 총리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보수당의 위기는 이어질 수 있다. 더타임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20∼21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보수당에 표를 주겠다는 응답자들이 19%에 불과했으며, 야당인 노동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56%에 달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