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멜로니 "내 직함에 남성형 관사를"
"남성 위주 사고 반영" 지적도
이탈리아의 사상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45)가 취임 뒤 자신의 호칭에 남성형 관사를 붙여줄 것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가 총리 공식 직함 앞에 남성형 관사인 il(일)을 사용해달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선 성별에 따라 관사를 다르게 쓰는데, 여성에게 붙이는 정관사 la(라) 대신 남성에게 붙이는 정관사를 사용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의 요구에 따라 총리실은 공문에 모두 남성형 관사 il을 쓰게 됐다. 또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도 그의 호칭에 모두 il을 붙여 보도하고 있다.
이탈리아어 연구 기관 ‘아카메디아 델라 크루스카’의 클라우디오 마라치니 원장은 여성이 맡은 직책에는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옳다고 밝혔다. 다만 “이념적이거나 세대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남성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의 요구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라이(Rai)의 최대 노동조합인 우시그라이는 성명에서 “우리는 사내 젠더 정책상 필요할 때마다 여성형 관사를 사용해야 한다”며 “어떤 노조원들도 멜로니를 언급하기 위해 남성형 관사를 사용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라우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미 이름에서 ‘자매들’(Sisters)을 생략한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지도자에게 여성형 관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인가”라고 일침했다. 앞서 일각에선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FdI의 당 이름과 관련해 남성 위주의 사고가 반영됐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멜로니 총리는 최초의 여성 총리이지만 여성 할당제에 반대하는 등 여성들의 권리 향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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