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가 더티봄" 공세 속내는

김재중 기자 2022. 10. 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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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서방 "거짓 깃발" 일축

러시아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더티봄(dirty bomb)’을 쓸 수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주장을 허위라고 일축하면서도 러시아가 판을 키우는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날 전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정보를 서방이 불신한다고 해서 더티봄 위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보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전날 한 말을 서방이 일제히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하자 재반박한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도 “우리는 더티봄을 만드는 우크라이나 내 과학시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유엔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러운 폭탄’이라는 뜻의 더티봄은 재래식 폭탄으로 방사성물질을 퍼트린다. 폭발력은 핵무기에 한참 못 미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을 퍼트리며, 피폭 지역을 수십년간 오염시킨다. 고도로 정제된 핵물질이 필요한 핵무기와 달리 병원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로도 손쉽게 제조할 수 있고 트럭으로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BBC방송은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용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방사성물질인 코발트-60 9g을 폭발물인 TNT 5㎏과 함께 폭발시킬 경우 맨해튼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수십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러시아의 허위 주장을 검증해줄 전문가들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방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가 더티봄을 사용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가 남부와 돈바스 지역에서 재래식 무기로도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자국 영토 일부를 수십년간 불모지로 만드는 무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써먹은 ‘거짓 깃발 작전’을 다시 들고나왔다고 본다. 상대방이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크렘린궁을 위시해 외교·안보·국방 라인이 총출동한 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러시아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일단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더티봄 사용을 준비 중인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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