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대신할 '경제 구원투수' 없는 중국 새 지도부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
허리펑이 '유일한 전문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0년 동안 ‘실권 없는 총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종종 경제 문제에 소신 발언을 내뱉으며 시 주석과 대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시 주석의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달성 선언을 목전에 두고 그는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9만원)밖에 안 된다”며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중국은 국가주석이 정치·외교·국방을 총괄하고 총리가 경제를 책임지는 형식상의 집단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총리의 역할과 입지가 상당 부분 축소됐지만, 리 총리는 경제 전문가로서 때때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경제 정책 방향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3기에서 리 총리는 내년 3월 퇴임할 예정이다. 기존 지도부 내에서 리 총리와 함께 개혁적 성향의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았던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도 자리를 내놓게 됐다.
시진핑 3기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이들을 대신할 경제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 주석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전문성이나 경험보다는 충성심을 더 중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리 총리의 자리를 물려받게 될 리창(李强) 상하이 당 서기는 중국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에서 지역경제를 관리한 경험이 있지만 경제 관료는 아니며 중앙정부에서 일한 경험도 없다.
범위를 넓히면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에서 류허(劉鶴) 부총리의 뒤를 이어 시 주석의 새로운 경제 책사 역할을 하게 될 허리펑(何立峰·사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을 사실상 유일한 경제 전문가로 꼽을 수 있다. 허 주임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중국 경제 발전을 기획·감독하는 발개위 수장을 맡아 국내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지휘하고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그가 시 주석 집권 3기에 실질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실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그 역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경제 정책 결정 과정도 시 주석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외신에서는 시 주석이 ‘예스맨’들에게 둘러싸여 중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드루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동정책대학원 연구원은 가디언에 “당 대회 결과는 (시 주석이) 국가 안보와 당의 정치적 요인을 경제 성장보다 우선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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