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내장 진단 혁명 가져온 초음파

2022. 10. 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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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은 20 헤르츠(Hz: 1초에 진동하는 횟수)부터 최대 20,000Hz(=20kHz)까지이다. 그러나 개는 45kHz, 고양이는 무려 64 kHz까지 들을 수 있다. 개를 훈련시킬 때 사용하는 개 호루라기나 개 피리는 이 원리를 이용하여 사람은 들을 수 없지만 개는 들을 수 있는 고음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1794년 스팔란차니라는 생물학자가 박쥐의 야간여행을 연구하면서 청력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가설을 제시한지 150년 후인 1944년 45~50kHz의 초음파를 발생시킨 후 그 반향을 이용해서 장애물을 파악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퍼졌다가 물질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성질을 이용하여 1915년 프랑스 물리학자 랑주뱅이 물 속의 빙산과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계를 개발하게 된다. 초음파는 액체나 고체에서는 매우 잘 전달되나 공기 중을 지날 때는 속도가 늦어지면서 상당부분이 손실되므로 탐지하기가 힘들어진다. 박쥐 같은 경우는 손실되고 남은 미량으로도 장애물의 존재 유무를 파악하지만 충분한 영상을 얻으려면 공기층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초음파로 폐나 뼈를 볼 수 없는 것도 공기층 때문이다. 1950년대 초 스웨덴의 심장내과 의사인 카를 헬무트 헤르츠는 선박용 초음파 기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초음파로 심장을 보기 위한 시도를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제품을 가슴에 적용한 결과 심장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원리는 크리스탈 같은 물질에 전압을 가하면 전압에 따라 물질이 수축 팽창을 하게 되어 파장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1-30 mHz의 전압으로 진동을 일으키면 인체를 관찰하기 좋은 1-30 mHz의 초음파가 발생된다. 최근에는 크리스탈보다 더 효과적인 세라믹의 일종인 PZT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상이 매우 조악하여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이라고 하는 막 안에 출혈이 있는 것과 같이 대강의 영상으로도 진단이 가능한 질환에만 적용됐다. 그러나 IT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금은 상당히 정교한 영상으로 심장의 움직임과 판막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도플러 기능이 추가되면서 혈액의 이동하는 방향과 혈액량을 색깔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에 대한 검사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속적으로 초음파를 발생시키면서 태아의 움직이는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초음파는 혈액이 심장을 통과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판막(valve)의 움직임과 협착 및 폐쇄부전 유무와 그 정도를 쉽게 파악하도록 하며, 심장 근육의 움직임과 손상 정도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근육이 많거나 적은 지를 알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은 비교적 가늘기 때문에 직접 관찰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심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근육 일부가 손상되었을 경우에는 관찰이 가능하므로, 일단 협심증의 진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심장의 손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검사를 하게 된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폐와 같이 공기층이 있는 부위를 피해 초음파가 나오는 부위인 프루브를 식도에 넣어서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훨씬 정교하게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사하는 동안 환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심초음파를 한 다음 꼭 필요한 경우에 국한해서 시행하게 된다.

그리고 먼저 초음파 검사를 한 다음 일부러 심장에 운동이나 약물을 통해 부담을 준 다음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하여 비교하는 스트레스 심장 초음파 검사도 있다. 운동이 가능하다면 일종의 러닝머신인 트레드밀이란 기계에서 운동을 한 직후에 즉시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질환으로 운동이 곤란한 경우에는 침대에 누워서 몇 가지 약물을 주사로 투입하여 운동과 비슷한 자극을 주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 검사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다양한 질환의 유무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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