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재무장관 "IRA 원칙대로 시행".. 친서로 들떴던 기업들에 찬물

장우진 2022. 10. 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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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려 들었지만 법대로" 강조
전기차 보조금 혜택 힘들수도
美중간선거 이후 수정논의 기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원래대로 시행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친서를 보내면서 법 개정 가능성에 주목했던 국내 산업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만 이번 IRA가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인 목적이었던 만큼, 수정 논의가 나오더라도 어차피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야당의 "외교통상 참사"라는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IRA 개정 논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한)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분명히 이를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우리는 법이 써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관련 규정 성문화 작업의 초기 단계"라면서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를 듣고 규정 이행 과정에서 무엇이 실행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확언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옐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기차 보조금 제한을 풀기 위해 로비 중인 한국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을 구제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는 IRA를 뒷받침하고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기 위한 지침 제정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법안에 따르면 재무부 지침의 자유 재량권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IRA에 따르면 올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향후에는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IRA가 예정대로 내년 시행되면 현대차·기아가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는 IRA 시행 소식이 알려지자 당초 내년 상반기에 미국 조지아주에 착공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공장의 공사 일정을 반년 이상 앞당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열리는 기공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 공장이 2025년 초부터 본격 가동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2년 동안 보조금 없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예상했던 것"이라면서도,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진 것에 대해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자국 산업을 보호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담겨있는 만큼 중간선거 이후에나 개정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IRA에 맞춰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 자동차 컨퍼런스에 출연해 IRA에 대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옐런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기존과 다른 방향이 아니다"며 "행정부가 미국 의회의 법 방향을 바꾼다고 할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입장이 변했다는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한·미 간 협의 채널은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뒷북·깡통 대응, 외교참사'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건 하나의 해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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