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리커창, 경제전문가 없는 중국 새 지도부

이종섭 기자 2022. 10.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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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장기집권 시대, 과제와 전망] ②경제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지난 22일 열린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0년 동안 ‘실권 없는 총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종종 경제 문제에 있어 소신 발언을 내뱉으며 시 주석과 대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시 주석의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달성 선언을 목전에 두고 그는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9만원) 밖에 안 된다”며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올해 시 주석이 강력히 옹호하는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강조하며 소방수 역할을 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은 국가주석이 정치·외교·국방을 총괄하고 총리가 경제를 책임지는 형식상의 집단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총리의 역할과 입지가 상당 부분 축소됐지만, 리 총리는 경제 전문가로서 때때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경제 정책 방향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3기에서 리 총리는 내년 3월 퇴임할 예정이다. 기존 지도부 내에서 리 총리와 함께 개혁적 성향의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았던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도 자리를 내놓게 됐다.

시진핑 3기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이들을 대신할 경제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시 주석이 차기 지도부를 모두 측근들로 구성하면서 전문성이나 경험보다는 충성심을 더 중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3월 리 총리의 자리를 물려받게 될 리창(李强) 상하이 당 서기는 중국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에서 지역 경제를 관리한 경험이 있지만 경제 관료는 아니며 중앙 정부에서 일한 경험도 없다.

범위를 넓히면 24명의 중앙정치국 위원 중에서 류허(劉鶴) 부총리의 뒤를 이어 시 주석의 새로운 경제 책사 역할을 하게 될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을 사실상 유일한 경제 전문가로 꼽을 수 있다. 허 주임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중국 경제 발전을 기획·감독하는 발개위 수장을 맡아 국내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지휘하고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그가 시 주석 집권 3기 실질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실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그 역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결국 경제 정책 결정 과정도 시 주석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외신에서는 시 주석이 ‘예스맨’들에 둘러싸여 중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동정책대학원 연구원은 가디언에 “당 대회 결과는 (시 주석이) 국가 안보와 당의 정치적 요인을 경제 성장보다 우선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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