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사고' 대국민 사과한 SPC회장, 중대재해법 처벌 가능할까?

전종휘 2022. 10. 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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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 향후 3년 동안 1천억원을 투입해 모든 계열사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정비하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인 올해 1월 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매몰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중대산업재해 1호 기업'이 된 삼표산업 사례에서도 노동부는 대표이사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도 등기이사가 아닌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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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지난 21일 에스피씨(SPC)그룹 허영인(가운데) 회장이 계열사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 향후 3년 동안 1천억원을 투입해 모든 계열사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정비하겠다.”

지난 21일 허영인 에스피씨(SPC)그룹 회장이 양재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열사 에스피엘(SPL)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데 대해 회사를 대표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허 회장은 에스피엘 대표이사가 아닐뿐더러, 그룹 전 계열사에서 등기이사 등 경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자신의 사업을 하는 자) 또는 경영책임자 등(사업 총괄 권한·책임이 있거나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사업장 종사자의 안전 위험을 방지하고 관리할 의무를 지우는데, 허 회장이 사업주도 아니고 경영책임자도 아닌 탓이다.

25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을 지낸 권영국 변호사는 “에스피씨 그룹 지배 구조를 볼 때 허 회장이 절대적 지배력을 가진 자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며 “직접 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강동석 에스피엘 대표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스피씨 그룹은 허영인 회장 일가가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을 지배하고, 파리크라상이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끼임 사고가 발생한 에스피엘도 파리크라상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2021년 파리크라상 감사보고서를 보면, 허영인 회장이 63.31%, 두 아들 허진수·허희수씨가 각각 20.33%, 12.82%, 허 회장 배우자 이미향씨가 3.5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허 회장 가족이 보유한 파리크라상 지분은 100%이다.

반면, 허 회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동석 에스피엘 대표를 입건해 압수수색 물품을 분석 중인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고위 관계자는 “(노동 조건에 대한) 최종 권한과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회사 관계자 진술이든 압수수색에서 나오는 자료나 문자가 나오지 않는 한 허영인 회장 책임을 입증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인 올해 1월 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매몰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중대산업재해 1호 기업’이 된 삼표산업 사례에서도 노동부는 대표이사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도 등기이사가 아닌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2020년 이 회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정도원 회장이 최대 주주인 삼표가 삼표산업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허 회장을 중대재해법으로 기소해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에스피엘 대표이사라도 철저하게 수사해 중대재해 발생 땐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symbio@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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