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하워드 슐츠와 김범수

장박원 2022. 10.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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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지난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회사가 경영난에 빠진 탓도 있지만 결정적 계기는 일부 매장의 바리스타 노조 설립이었다. 그가 주창한 인간존중 경영이 흔들리자 돌아올 결심을 한 것이다. 슐츠는 자신의 저서에서 "스타벅스는 한 회사가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살찌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자랑했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과 학자금 등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이런 경영 철학에서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노조 결성을 주도한 바리스타들은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데도 대우는 형편없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여기에 동조해 노조를 설립한 매장은 미국에서만 200개가 넘는다. 슐츠는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등판한 직후 "(주가보다) 고객과 직원을 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CEO를 영입하고 스타벅스 재창조 계획을 발표하는 등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창업한 기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 사태를 일으킨 카카오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했다. 그러나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먹통 사태는 카카오의 정체성을 흔드는 사건이다. 김 센터장이 엔지니어 출신이고 카카오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세를 확장했다. 이런 기업이 핵심 설비인 데이터센터 투자에 소홀해 위기를 맞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카카오의 당면 과제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김 센터장도 슐츠처럼 '돌아올 결심'을 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 측은 "(창업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안이한 인식이다. 지금은 데이터센터를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기존 사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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