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루 53조원 퍼붓고도 엔화방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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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이달 21일 달러당 150엔을 돌파(엔화 가치 하락)한 엔·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5조 5000억 엔(약 5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공식 개입한 데 이어 이달 21일과 24일에는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복면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 차례에 걸친 개입 규모가 총 10조 엔에 육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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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엔' 두고 시장과 공방전
9~10월 세차례 10조엔 투입 관측
엔화 연일 요동치며 150엔 육박
美日 금리차 근본원인 해소안돼
연준 내년에나 금리인상 속도조절
연말까진 역대급 엔저 이어질듯
일본 정부가 이달 21일 달러당 150엔을 돌파(엔화 가치 하락)한 엔·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5조 5000억 엔(약 5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일일 외환 개입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공식 개입한 데 이어 이달 21일과 24일에는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복면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 차례에 걸친 개입 규모가 총 10조 엔에 육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장에 맞선 당국의 거듭되는 개입은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쳐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엔에 육박하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21일 당국의 외환 개입 규모가 5조 5000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면 민간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예치한 당좌예금에서 엔화가 국고로 이동하면서 당좌예금이 줄어들게 된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24일 발표한 ‘25일 당좌예금 잔액(전망치)’ 가운데 ‘재정 등 요인’이 당초 예상했던 4조 3000억 엔 증가가 아닌 1조 1800억 엔 감소로 나타났다며 두 수치의 차액인 5조 4800억 엔이 외환 개입에 투입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후 엔·달러 환율은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2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2엔 턱밑까지 올랐다가 반나절 만에 144엔대까지 급락했고 사흘 만인 24일에는 달러당 149엔 후반까지 다시 밀렸다가 단숨에 4엔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배경으로 일본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일본 정부와 은행이 이달 21일에 이어 24일까지 2거래일 연속 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아예 150엔을 환율 방어선으로 설정한 당국이 시장에 알려진 세 차례 외에도 소규모 개입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9월에 엔화 매입 사실을 공표했던 일본 정부는 이달 들어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시장 분석대로라면 21일 개입액은 지난달 22일(2조 8000억 엔)의 두 배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24일에도 상당 금액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투기 세력까지 엔·달러 환율 거래에 뛰어들면서 하루 거래액이 급등한 만큼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이전보다 훨씬 큰 액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방어 효과는 지속되지 않는 분위기다. 전날 145엔대까지 반등했던 엔화 가치는 이달 달러당 149엔 안팎까지 떨어졌다. 엔저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미일 간 금리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발적인 개입으로 엔화 약세 추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다음 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또다시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 양국 간 금리 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본은행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의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재무성의 한 간부는 “시장 개입으로 엔저 흐름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투기 세력에 의한 과도한 엔저를 막는 것이 개입의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엔저 현상의 완화는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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