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직접 협상" 美민주 좌파 의원들, 우크라 정책 수정 요구
공화당 親트럼프 정치인들은 "의회 장악하면, 더 이상 지원 확대 안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25일로 개전(開戰) 10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군사ㆍ경제 지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처음 나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600억 달러(약 86조 1561억 원)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으며, 작년 1월 이후 군사ㆍ안보 원조로만 182억 달러(26조1057억원)를 지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민주당 하원의원 중 좌파 의원들의 모임 소속 30명이 백악관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접근 방식을 급격하게 바꿔,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을 수정하라고 주장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한’ 지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주로 친(親)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이었다. 지난 5월 미 연방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400억 달러의 신규 군사ㆍ인도주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에도, 공화당 상원에서 11명, 하원에서 57명이 지원금의 정확한 내역 추적과 투명성을 요구하며 반대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일한 오마르, 코리 부시, 로 칸나 등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중 대표적인 좌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의회 진보 코커스(Congressional Progressive Caucus)’ 소속 의원 30명은 바이든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례(前例) 없는 규모의 경제ㆍ군사 지원을, 외교적으로 ‘휴전’을 위한 현실적 틀을 찾는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진행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에 대한 결정을 놓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박을 가해선 안 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관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전쟁의 군사 지원에 소요되는 수백억 달러의 세금 지출을 책임지는 의원들로서, 미국은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direct engagement)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심각하게 강구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독재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간 전쟁’으로 규정한 이 전쟁에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하면서도, 종전 또는 휴전을 위해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서지는 않았다.
◇민주당 좌파 의원들 30명 “러시아와 직접 협상하라” 서한
민주당 좌파 의원들의 이 같은 주문은 11월 8일로 다가온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로 인해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같은 경제적 요인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쟁의 재앙적 결과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최근 수개월 미국 내 식량ㆍ난방비 인상과 밀ㆍ비료ㆍ휘발유 값 폭등으로 이어진 점을 지적했다.
이들의 서한은 유럽이 추운 겨울로 접어들고, 가스 가격은 폭등하고 푸틴은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시점에서 전달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공화당도 중간 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 서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국내 지지를 계속 확보하려는 바이든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나 좌파 의원들의 입장은 민주당 내에선 아직 ‘소수’라고 밝혔다. 같은 ‘의회 진보 코커스’에 속한 루빈 가이에이고 의원은 트위터에 “전쟁을 끝내는 방법? 신속하게 이기는 것이다. 어떻게? 러시아를 무찌를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줘서”라고 트위터에 썼다.
또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 의원은 “때때로 깡패에게는 협상하기 전에, 그의 힘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 러시아 정부와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승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고, 언제 협상할지는 우크라이나가 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유럽의 친(親)우크라이나 진영은 “러시아 군대의 축출과 크림 반도의 회복 없이 휴전하는 것은, 앞으로 이웃나라를 이유 없이 침범하는 강대국을 결과적으로 보상하는 결과가 된다”며 반대한다.
◇친(親)트럼프 성향 공화당 정치인들은 ‘지원 확대’ 반대
연방 상원의 공화당 대표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은 견고하게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지지한다.
그러나 하원 공화당 대표인 케빈 매카시 의원은 최근 온라인 정치 뉴스매체인 ‘펀치볼 뉴스’에서 “사람들이 경기 침체 시기에 그냥 앉아서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써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11월8일 중간 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자를 비롯해 국내 문제도 많은데, 의회와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사안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신문은 또 중간 선거에 나서는 친(親)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들도 “우크라이나가 미국 지원 없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반대한다고 전했다.
미국 보수주의 정치인들과 행동주의자들의 최대 모임인 ‘보수주의 정치행동 컨퍼런스(CPAC)’는 지난 달 트위터에 “민주당은 우크라이나에 선물 주기를 언제 멈출 것이냐”고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미국 여론도 ‘우크라이나 무관심’으로 조금씩 변해
미국 내 여론도 바뀌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의 9월 조사에서,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32%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 준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질문에선 같은 의견이 9%에 불과했다.
또 전체 미국인 중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배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5월의 55%에서, 9월엔 38%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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