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사시사철 싱싱하게! 수직농장전문가

한겨레 2022. 10. 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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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은 식탁 위 물가도 거세게 뒤흔들었다. 지난 9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의 신선채소 물가는 7월과 대비해 11.7%가 올랐고,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28%나 폭등했다. 예를 들어 배추는 7월보다 30.7%, 지난해 8월보다 약 78%가 올라 '금(金)추'가 됐다.
이렇듯 기상 악화로 인해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된 날씨에 오르락내리락하는 농산물의 가격을 잡을 대안으로 '실내 수직농장'이 떠오르고 있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시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모든 요소를 인공적으로 제어해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농산물을 길러내는 수직농장전문가가 하는 일을 따라갔다.
사진 김영배

실내 수직농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수직농장(Vertical Farm)은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처음 만든 단어다. 인간이 일으키는 환경파괴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고층 건물에서도 식량용 식물과 작물을 생산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LED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건물 안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수직농장을 고안한 것이다. 수직농장은 야외에서 경작하는 것과 달리 토양의 면적과 물의 사용량이 적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령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은 5만 명의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실내 수직농장은 미래 세대가 누릴 환경을 지키면서 농업을 지속하는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을 실현할 해결책으로도 주목받는다. 건물 내부에서 작물을 기르기 때문에 농촌 인구의 고령화, 토양 오염과 기상이변 등 농산물 생산량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재배 기술의 융합이 필요해

수직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단순히 ‘농부의 땀’으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수직농장전문가는 크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재배까지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작물의 생산 시스템을 관리한다.

1. 하드웨어

사진 김영배

수직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높이 쌓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농장 내에는 태양의 빛을 대신할 수 있도록 빛의 파장과 강도, 거리가 조절되는 인공 광(光), 거름을 대체할 액체 비료,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등을 공급하는 설비 등의 하드웨어가 갖춰져야 한다.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수직농장전문가는 이러한 재배 구조물과 LED, 작물 환경의 변수를 감지하는 센서 등을 설계한다.

2. 소프트웨어

사진 김영배

실내 수직농장 내부의 재배 환경을 정밀하게 관리하려면 센서로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는 물론이고 pH 농도(수소이온농도지수. 작물이 양분을 흡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산성을 확인하는 지수), EC 농도(전기전도도. 비료를 녹인 물인 양액은 물에 녹은 비료의 양이 많을수록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비료의 농도를 확인하는 지수) 등의 생육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중앙관제소에서 해석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장 내부를 최적의 컨디션으로 조절한다. 현재는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제어하는 기술에도 활용하고 있다.

3. 재배 기술

사진 김영배

수직농법은 100% 수경재배(식물을 물에서 키우는 방법)를 활용한다.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은 기존의 농사 방식과 같다. 먼저 식물의 씨앗을 양분이 담긴 물에 빽빽하게 뿌려 모종을 심은 뒤 약 2주간 발아시키고, 시간이 지나 자란 작물을 조금씩 더 넓은 공간으로 이식해 재배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자란 채소는 선별하여 수확하면 된다. 농학과 원예학을 전공한 수직농장전문가라면 실내 수직농장에서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거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도 한다.

■ 실내 수직농장 기업 CEO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사진 김영배

“미래 농업은 농학과 원예학을 넘은 융합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

새싹채소와 특수채소 등을 실내 수직농장에서 기르고 소비자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가공해 식탁 위로 올리기까지, ‘팜에이트’는 수직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뿐만 아니라 농장 내 필요한 하드웨어 설계부터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까지 모두 개발하는 국내 1위 스마트팜 기업이다.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과 5호선 답십리역 등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분홍빛 조명 아래 싱싱한 채소가 자라는 ‘메트로팜’ 부스가 눈에 띄어요. ‘팜에이트’가 이 메트로팜 사업도 하고 있더라고요.

스마트팜은 온실과 노지(지붕이 덮여 있지 않은 땅), 실내 어디서든 도입할 수 있는 농업 기술이지만, 팜에이트의 주력 사업 분야는 정확히 말하면 ‘실내 수직농장(Indoor Vertical Farm)’입니다. 100평부터 2000평 규모의 대단위 실내 재배, 온실 타입의 수직농장, 컨테이너형 등 여러 형태의 실내 수직농장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메트로팜은 도시농업의 한 형태로 교육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역사 내에 스마트팜을 설치한 것은 메트로팜이 세계 최초다. 메트로팜 상도점에서는 매장 내 재배시설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 샌드위치, 팜주스 등을 맛볼 수 있다.사진 팜에이트 제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실내 수직농장을 도입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팜에이트가 해외의 식물공장 기술을 받아들인 게 2009년인데,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수직농장 개념이 자리 잡지 않았어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만 도입하던 시스템이었죠. 우리가 본격적으로 실내 수직농장을 운영하자고 했을 땐 대부분이 탐탁지 않아 했어요. 수직농장으로 재배한 작물의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니까요. 처음에는 60평으로 시작한 수직농장이 이제는 2000평 규모로 지어지고, 모두가 뛰어들고자 하는 전망 좋은 사업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확고한 믿음을 갖고 목표를 실현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지금은 이 기술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다른 나라에 전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죠.

해외 진출도 하게 된 건가요?

팜에이트의 실내 수직농장 모델을 중동과 몽골 등의 해외에도 적용하게 됐어요. 중동은 너무 덥고 몽골은 너무 추워서 작물을 재배하기엔 척박한 환경이에요. 이런 환경에서 실내 수직농장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지난 10여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만큼 몽골에는 약 3000평 규모의 실내 수직농장을, 중동 지역인 쿠웨이트에는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와 같은 ‘술탄센터’ 내에 약 300평 규모의 수직농장을 세울 계획입니다.

실내 수직농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을 것 같아요.

지속가능한 농업의 대안이 된다는 것은 1순위로 꼽는 가치예요. 도심에서도 공간만 있으면 수직농장을 건축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에 사는 많은 소비자와 직거래가 가능합니다. 이는 곧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먹을거리의 이동 거리로, 음식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을 평가하며 식품의 운송량과 이동 거리를 곱해 계산함)’를 줄이게 되니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노약자,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해요. 수직농장 내부가 쾌적한 환경이기 때문에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층도 충분히 일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74세 작업자도 일하고 계시고요.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 신축한 국내 최대 수직농장 \

건물 안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건 야외의 논밭에서 재배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 많지 않나요?

우박, 홍수, 뜻하지 않게 전염되곤 하는 병해충 등 외부 환경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어요. 그래서 노지 농사는 풍부한 농사 경험이 필요하죠. 농부로 일한 경력이 많아야 수확량도 늘거든요. 하지만 실내 농업은 이러한 요인을 모두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보다는 공장처럼 표준화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하고, 또 제어해 재배할지 그 기술을 활용하는 테크닉이 더 중요해요.

그렇다면 수직농장전문가에게는 기술을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겠네요.

워낙 다양한 전공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필수 전공이나 꼭 필요한 지식을 꼽긴 어려워요. 하우스 재배, 노지 농사는 농학과 원예학 전공자가 유리하겠지만 스마트팜은 좀 다르거든요. 우리 회사에도 데이터사이언스를 공부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연구원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농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하드웨어 팀, 재배 전문가와 의견을 교류하며 실내 농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수직농장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저 역시 원래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농학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싶어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했어요. 필요한 지식이 생길 때 더 배우는 것도 좋은 자세입니다. 미래 농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 통찰력을 얻고자 하는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김영배, 팜에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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