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드리머] 시속 200km 꿈의 궤도에서 하늘을 달리다! 김민찬 드론레이싱 세계 챔피언

한겨레 2022. 10.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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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영재'로 불리던 소년. 만 12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챔피언에 올랐던 김민찬 드론레이싱 선수다. 수많은 드론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뮤직비디오, 영화, 광고 등 영상 분야에서 드론 촬영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드론으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하는, 드론계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꿈의 궤도를 그려가고 있는 김민찬 선수를 만났다.
김민찬 드론레이서.사진 바림

I believe I can fly

초등학생 때부터 드론을 접했다고 들었어. 무슨 이유로 드론을 좋아하게 된 거야?

무선 조종 헬리콥터를 날리는 것이 취미였던 아버지를 세 살 때부터 따라다녔는데, 드론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 특히 고글을 쓰고 1인칭 시점으로 카메라를 보면서 조종하는 레이싱 드론은 좀 더 특별하고 재밌어 보이더라고. 그렇게 입문한 지 두 달 만에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드론레이싱 대회에 경험 삼아 출전했는데 1위를 발표하는 시상식에서 내 이름이 불렸어. ‘계속해서 1등을 해봐야겠다’는 열정이 생겨서 규모가 큰 해외 리그전에도 참가하면서 지금껏 드론과 함께해오고 있지.

우연히 나간 세계 대회에서 우승이라니, 꼭 만화에 나오는 스토리 같아.(웃음) 드론레이싱은 어떻게 진행되는 경기야?

‘하늘에서 하는 F-1 경기’라고 생각하면 돼. 정해진 트랙에서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빠르게 바퀴를 돌고, 기록을 경쟁하는 것이 기본적인 룰이야. 코스가 매번 달라져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는 거의 1~2분 안에 끝나는 편이야.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상상이 가지?

와, 세계 1등을 유지하려면 연습을 엄청 열심히 해야겠어! ‘독보적인 동체시력의 소유자’라는 소문이 있던데,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비법이 궁금해.

끝없는 연습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 하루에 최소 10시간에서 12시간까지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 여기는 나만 사용하는 개인 연습장인데 보다시피 야외 들판이라서 에어컨도 히터도 없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부터 밤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지.(웃음) 다른 선수들이 만약 하루에 50번씩 드론의 배터리를 교체한다면, 나는 100번 이상은 하려고 해. 그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니까.

올해 7월 서울에서 열린 \

국내에서 생소한 드론레이싱 선수로 활동하면서 겪는 고충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뭐야?

드론이 날아가는 속도가 시속 200km 이상은 되다 보니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하면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드론이 가끔 부서지는 변수가 생겨. 직접 수리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물론 경기 중에 상대 선수의 드론과 충돌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그래서 어떤 경기에 나가도 거뜬히 버틸 수 있도록 나에게 딱 맞춤형인 드론을 직접 조립했지!

그러고 보니 민찬이의 드론이 꼭 ‘커스텀’한 것같이 화려하다. 자랑해줄 수 있어?

일반 드론과 다르게 이 FPV 드론(레이싱용 드론)은 각각의 기자재들 특징이 세부적으로 달라. 드론 프레임, 변속기, 비행제어기(FC, 움직임 신호 장치) 등이 있지. 나는 처음에 이것들을 전부 가져다 놓은 다음에 하나씩 테스트해서 내 손맛에 맞는 부품을 고른 후에 속력을 최대로 낼 수 있는 조합으로 재조립했어. LED 조명을 단 드론들이 경기장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꼭 반딧불이 같기도 하더라고. 사실 경기장에서 나의 드론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색깔이나 장치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어.(웃음)

사진 바림

드론은 내 친구, 끝까지 함께 가볼래

참, 드론레이싱 선수가 아닌 색다른 모습으로 도전을 하기도 했잖아. 평소 경기에 임할 때와 드론 촬영감독이 되어 작품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이 달랐어?

트와이스, ITZY, 세븐틴 등 요즘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레이싱 드론으로 촬영한 경험이 있어. 드론이 장애물을 통과하는 레이싱 대회와는 달리 사람 가까이에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걱정하며 드론을 조심히 다뤘던 기억이 나. 또, 자동차 광고를 촬영할 때는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드론으로 담아냈어. 자동차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드론은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으니 걱정이 없었지.(웃음)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한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드론 화면의 영상을 보며 촬영하다가 드론이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 그 자체를 찍은 건 처음이라 재밌었지.

민찬이가 드론의 길을 걸어오면서 어느새 19살이 되었어. 다음 목표와 앞으로의 꿈은 뭐야?

드론레이싱의 종착점이라고 하는, ‘DRL’이라는 드론레이싱 리그가 있어. 이 대회는 만 18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어서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진출해볼 예정이야. 목표는 역시 1등!(웃음) 그리고 최근 농업이나 소방,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나중에는 드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일하면서 드론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

올해 열린 \

드론에 대한 마음이 한결같아서 보기 좋아. 드론은 민찬이에게 어떤 존재야?

드론은 나에게 꼭 친구 같아. 훈련할 때나, 일할 때나, 컴퓨터를 할 때, 심지어 놀 때도 내 옆에 있으면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지. 그래도 때로는 친구랑 싸우기도 하잖아? 나도 드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어. 연습이 잘 안 풀리거나, 경기에서 떨리는 경우. 하지만 나는 아직도 드론 친구가 재미있고 좋아.(웃음)

어찌 보면 세계 정상에 올라 있기에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을 가라앉히는 마인드 컨트롤을 잘할 수 있는 법이나 슬럼프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내가 대회에 나가면 주변에서 질투와 시기가 느껴졌어. 그러다 보니 1등이라는 자리에 부담을 느끼게 되더라고. 그래서 슬럼프가 자주 왔지만 마음을 편안히 가지니 천천히 극복할 수 있었어. 사람들은 내가 대회에서 긴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도 심장이 터질 것같이 뛰거든. 그럴 때는 떨리는 손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차분한 음악을 들어봐.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달라.

드론 조종의 꿈을 키우고 싶은 친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해.

드론에 관심이 있고, 이 분야를 시작하고 싶다면 무조건 작은 드론부터 경험하길 추천해. 더 확실한 방법은 드론을 구매하기 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는 것! 초보자는 실제 드론 조종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드론이 바로 부서지거나 잘못하면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거든. ‘벨로시 드론’은 드론레이싱 선수들이 연습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뮬레이터야. 이걸로 사용법을 충분히 익힌 후 진짜 드론을 만져보도록 해. 나는 드론이 좋아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올인’했어.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한 번쯤은 끝까지 가보는 것도 멋진 선택이야.

사진 바림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바림, 김민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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