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미래 먹거리, 새로움에서 답을 찾다! 농업연구사
기후 온난화 대응..고온 저항·메탄가스 절감 품종 개발
■ 농업연구사,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농업연구사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을 위해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 기술, 친환경 기술, 바이오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업진흥청, 각 도별 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일하며 주로 작물이나 원예, 농식품, 위생, 축산 등의 분야에서 농림 정책과 농업 관련 사업을 담당한다. 따라서 농업 관련 학과를 전공해 관련 지식을 쌓아두면 유리할 수 있다. 또, 종자기사, 식물보호기사, 유기농업기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향후 공채 또는 경력채용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다. 농업연구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재배학, 토양학, 식용작물학, 작물생리학, 농업생산환경, 원예학 등 전공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의 신품종 벼 육성 현장 돋보기
조직배양
기존 품종에서 우월한 유전자원을 선발해 이들을 교배하면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 신품종을 육성한다. 종자로 번식하는 품종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약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나 약배양(꽃가루배양)법을 통해 6~7년을 단축할 수 있다.
※ 약배양이란? 벼에는 다른 꽃과 마찬가지로 암술이 있고, 꽃가루가 있는 수술이 있다. 벼가 꽃을 피우기 전에 수술에 있는 꽃밥인 ‘약’을 채취해 반수체(염색체 세트의 수가 절반으로 감소한 세포)를 생산한다. 그리고 한 세포 내의 염색체 수를 다시 두 배로 배가시키는 방법으로 육종 기간을 단축한다.
육묘
조직 배양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개체를 기르는 과정을 ‘육묘’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기후·환경적인 적응성에 문제가 있거나 병해충에 약한 계통(유전자형이 같은 개체군)은 탈락된다. 또, 교배의 모체가 되는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표현형이나 유전자형이 그대로 똑같은 개체군도 배제한다. 이러한 사항에 유의하며 작물이 문제없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한다.
수확
농업연구사는 일반 농민들처럼 벼, 콩, 옥수수 등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데도 힘쓴다. 따라서 농기계 사용과 병해충 방제, 재배 관리(잡초 방제, 배수 관리) 등에도 능숙해야 한다. 단지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재배 전문가로서 농업의 현안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농업연구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농업을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길러보세요”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이종형 연구협력팀 / 장은규 작물육종팀 농업연구사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벼는 대부분 외래 품종이었다. ‘아키바레(추청벼)’나 ‘고시히카리’ 등 대부분 일본에서 유래한 쌀이 우리들의 밥상에 올랐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직접 개발한 신품종 고품질 벼로 외래 품종을 대체하는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우리 쌀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농업연구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이종형(이하 이)_ 작물연구과에서 수행하는 시험연구사업을 기획하고 조정하거나 평가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작물의 품종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어요.
장은규(이하 장)_ 작물육종팀에 근무하며 고품질 밥쌀용 벼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품종 경기미’인 ‘참드림’이나 ‘가와지 쌀’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신품종 ‘참드림’은 ‘2021 올해의 품종상’에 선정되며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어요. 경기도 대표 쌀로 자리 잡은 ‘참드림’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장_ 참드림은 우수한 밥맛을 가진 품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부터 재배해왔던 ‘조정도’라는 벼와 재배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삼광벼’를 교배해 육성한 것인데요. 조정도는 쌀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보관성이 높으며, 삼광벼는 밥맛이 우수하고 병해충에 저항하는 힘이 크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두 가지의 장점을 살려 밥맛과 저장성이 좋은 품종을 만들었어요. 현재 참드림의 재배 면적은 경기도 내에서만 1만 헥타르를 넘어섰어요. 또, 파주시나 안성시를 비롯한 경기도 전역을 넘어 지금은 충청도에서도 참드림을 재배하고 있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신품종 벼가 개발되는지 궁금해요.
이_ 먼저 우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품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이유부터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간이 완벽하지 않듯 어떠한 품종도 완전히 뛰어난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기존의 품종을 개량해 가장 좋은 품종을 만들고자 연구 목표를 세웁니다. 그러고 나서 유전자원을 선발하죠. 원래 있던 품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다른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원을 가지고 와서 교배하는 거예요. 이렇게 신품종을 육성하고 보급하는 데 길게는 15년 정도 걸립니다.
장_ 육성한 품종이 수량과 품질 면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일 때까지 다년간 생산력 검정 시험과 지역 적응성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지역 적응성 시험에서 주의할 점이 있어요. 지대에 따라 벼의 모양과 형태가 달라지거든요. ‘참드림’의 경우 연천군과 화성시, 여주시에서 시험을 진행했는데요. 이때 농업연구사는 지역별로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벼가 얼마나 잘 견뎌낼지, 출수(벼, 보리 등의 이삭이 밖으로 나오는 것) 시기가 어느 정도 빨라지고 느려질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요. 또, 어떤 지역에 보급이 가능할지 예측해야 하고요. 그만큼 신품종을 세상에 내보낼 때까지 오랜 시간 눈여겨봐야 하지요.
힘들게 가꿔낸 신품종을 선보인 후에 반응이 좋으면 뿌듯하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어땠나요?
장_ 올해 ‘꿈마지’의 품종 등록을 마쳤어요. ‘꿈마지’는 일본 품종인 추청벼를 대체하기 위해 육성한 고품질의 신품종이에요. 우리 기술원과 평택시가 협약을 맺고 지역특화 벼로 보급해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번에 농민들을 만났는데 확실히 품종이 좋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워낙 튼튼해서 비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는다고요. 또, ‘꿈마지’를 도정(벼를 백미로 만드는 과정)했을 때 쌀이 아주 맑고 예쁜 것을 볼 수 있어요. 앞으로 우리 쌀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이_ 농가에서 품종을 기르기 쉽도록 재배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성을 갖춘 품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에요. 최근에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사람들이 현미나 잡곡과 같은 기능성 쌀을 많이 찾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양시의 농산 특산물인 ‘가와지 1호’는 멥쌀(찰기가 적은 쌀)과 찹쌀의 중간 찰기를 유지하도록 해서 개발했는데요, 쫀득한 식감과 건강한 맛을 자랑해 떡이나 현미칩 등의 간식으로도 만들어지고 고양시 학생들이 뽑은 급식용 쌀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답니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나 식량난으로 인해 미래 먹을거리 문제가 떠오르고 있어요.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요?
장_ 기후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고온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품종을 만들 예정입니다. 높은 기온에도 견딜 수 있는 계통을 육성하는 연구를 기술원에서 진행하는 중이에요. 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벼농사를 지을 때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해 대처 방안을 마련해나가려고 해요.
이_ 기상 조건이 바뀌고, 전에 없던 병해충이 생기는 등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품종도 계속 변화해야 해요.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작물을 재배하는 데 알맞은 기술도 개발해야 해요. 농민들이 신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농기계나 기법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 모든 문제에 대응하는 농업연구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농업연구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_ 농업연구사는 농업 관련 연구사업을 수행해 신품종 또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직업이에요. 따라서 연구 과제를 계획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농업은 살아 있는 생물을 다룬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들여다보고 공부해야 하기에 성실성이 중요하죠. 최근 들어 농업 연구 분야에서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고 있어요. 빅데이터를 이용하고, AI를 잘 다룰 수 있어야 ‘디지털 농업’ 연구로 변화하는 시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장_ 농업은 ‘미래를 보는 산업’이라고 항상 이야기해요. 식량 위기가 도래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부각될 겁니다. 농업연구사로서 앞날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미래에 어떤 상황이 눈앞에 닥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문제 해결에 앞서나가는 태도를 가지길 바랍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박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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