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에 칼 빼들었나..516명 무더기 기소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5주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시위 참여자 수백명을 재판에 부치기로 하면서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24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이르나 통신에 따르면 이란 사법당국은 최근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516명을 기소해 재판에 부치기로 했다. 수도 테헤란에선 315명, 인근 알보르즈주에서 201명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세우기로 한 것이다.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사는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주요 역할을 한 이들이 “국가 안보에 반할 목적으로 결탁했다”며 “반대 선전과 공공질서 교란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란 인권단체들은 사법당국이 반체제 인사나 평화운동가들을 같은 혐의로 기소해 잡아 가둔 이력이 있는 만큼 이들이 긴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시위대 중 4명은 ‘신에 반하는 전쟁’을 일으킨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는 이란에서 가장 무거운 죄 중 하나로, 해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주로 손발 절단형이나 사형 등에 처한다. 테헤란 검찰은 이들 4명이 무기를 사용해 보안군을 다치게 하고, 정부 재산에 불을 질러 파괴했기 때문에 해당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기소된 이들 중 일부가 외국 세력과 결탁했다는 혐의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람 호세인 모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장이 몇몇 피고인들은 “국내외에 있는 외국 요인들”과 연관돼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이번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란 사법당국은 시위대가 외세의 사주를 받았다는 논리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또 에제이 사법부장은 이번 주 내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을 시작하겠다며 “유감이나 반성을 표하는 이들은 더 빨리 석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이란 당국이 시위대가 거짓 자백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구금당한 이들이 거짓 진술을 할 때까지 고문당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남서부 도시 아흐바즈에선 철강공장 노동자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우린 싸울 것이다. 우린 죽을 것이다. 우린 이란을 되찾을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체포된 동료 250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테헤란과 서북부 하메단 시 등에선 대학생들이 교정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테헤란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선 교장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려 하다가 학생과 교직원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는 해당 학교 학생들이 공격을 받았고 적어도 한 명은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이에 교육부는 몇몇 학생들이 혈압 강하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보안군이 교내로 진입했다는 소문은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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