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제 왜 안 지키나'..변종 사납금에 임금 떼이는 택시기사들

난폭 운전 지목된 사납금 폐지했으나 사실상 변칙 이용
거제 해금강택시 기사들 생활고 호소..50명에서 10명으로 줄어
기사들, 노조 "회사 임금 협정 거부 말고 거제시장 중재 나서라"
회사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거제시청에 과태료 받아
고용노동부, 회사 최저임금법 위반 등 혐의로 올해 2차례 기소의견 검찰 송치
회사 대표 "회사 잘못 없고 노조 교섭 게을리 해"

연합뉴스

경남 거제에 한 법인 택시기사들이 회사 꼼수로 생활고를 겪는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난폭 운전을 하거나 단거리 승객들을 승차 거부하게 한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기사들이 안정적인 급여를 받도록 한 전액관리제(월급제)를 회사가 사실상 변종 사납금제도로 이용하면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거제에서 택시업을 하는 해금강택시 소속 기사들은 2020년 1월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전액관리제가 전면 시행된 이후 점차 떠나기 시작했다. 회사가 안정적인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전액관리제를 지키지 않고 일정 금액을 반드시 내야하는 사납금제도를 사실상 변칙적으로 운영하면서다.

회사는 현재 월 420여만 원의 기준금을 정해 택시기사들로부터 택시비 등 운송수입금 전체를 받아 임금을 산정해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금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여객자동차법 21조에 따르면 택시회사는 택시기사의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제공

사납금제도는 택시기사들이 자신에게 할당된 일정 금액의 사납금(회사에 운송수입금 일부 납부)을 채우기 위해 난폭 운전을 하거나 단거리 승객들을 승차 거부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돼 폐지되고 2020년부터 전액관리제가 시행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안정적인 근로 조건을 만들기 위해 택시 기사들에게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가 받고 근로일수 등에 따라 임금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사실상 월 기준금을 정해놓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임금이 낮게 책정되는 사실상 변종 사납금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월 기준금 외에 회사의 임금 산정 방식 자체도 기사들에게는 불만이다.

회사는 현재 거의 택시 운동기록장치(미터기)를 켠 시간만 기사들의 근로시간으로 책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미터기를 켠 시간 외에도 차 점검 시간, 승객 대기 시간 등도 근로시간으로 포함하고 있으나 이 회사는 대부분 기사들의 근로시간에서 배제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이 회사 소속 택시기사들은 한 달에 50~100여만 원의 저임금을 받아 생활고를 겪고 있다. 실제 이곳 기사 이정주 씨는 지난 5월 한 달 중 22일 택시를 운행해 310만 원을 운송수입을 올렸으나 자신의 손에 떨어진 실수령 임금은 110만 원에 그쳤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제공

불합리한 구조라 본 기사들은 결국에 떠났다. 50~60명에 달하던 이 회사 택시 기사는 현재 10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송미옥 민주택시 경남본부 사무국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회사 택시기사는 노사 협정에 따라 하루 6시간 정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장받는다"며 "그런데 회사가 사실상 미터기를 켠 2~3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산정해 최저임금을 위반하며 기사들의 생계를 나몰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지난 7월 이 같은 전액관리제 위반에 따라 거제시청으로부터 500만 원의 과태료를 받았고, 이달에는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으로부터 특별근로감독도 받았다. 통영지청은 앞서 올해에만 2차례 최저임금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올해 2차례 검찰에 법령 위반으로 송치했는데 아직도 사측이 교섭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들은 결국 지난 6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사 교섭을 벌이자는 데 3년째 회사는 회피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거제시의 중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전날 거제시청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액관리제에 대한 노사 임금 협정 체결을 거부하는 해금강 택시 악덕 사업주를 구속하고 면허를 취소하라"면서 "거제시장이 직접 나서서 중재를 해라"고 촉구했다.

해금강택시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원 해금강택시 대표는 "수년째 회사는 같은 임금 체계를 갖고 있는데 작년에는 거제시가 전액관리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고 올해는 위반했다고 하면 무엇이 옳은 시정 행위인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잘못된 행정으로 보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 기준금은 월급을 책정하기 위한 목적이지 기준금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을 덜 주는 변종적인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는 게 아니고, 저임금을 받는 기사들은 그 정도 일을 했기 때문"이라며 "교섭도 사측이 아닌 노조 측이 게을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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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이형탁 기자 ta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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