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5·18 계엄군 헬기사격, 아이러니하게도 전두환이 되살렸다

회고록 69개 허위사실 중 유일하게 피해자 특정돼 형사처벌 가능
"판결과 입법, 진상조사위 활동으로 발포명령·암매장 규명돼야"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전두환 회고록의 '역사 왜곡'이 그동안 은폐됐던 5·18 계엄군 헬기사격의 진상을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 열린 '전두환 민·형사재판 의미와 성과 보고회'에서 김정호 변호사는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두환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의 법률 대리인이다.

김 변호사는 형사재판이 갖는 의미로 간접적 죄명이지만 전두환을 법정에 세운 점, 헬기사격을 사법부 판결을 통해 확인받았다는 점, 계엄군 지휘권 발동 논리를 허물게 된 점, 5·18진상규명의 디딤돌이 된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이 사건 재판은 피고인 전두환이 반성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왜곡 없이 최소한 침묵만 했더라도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두환 스스로 40년 전 과거의 범죄를 현재로 소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는 역사를 왜곡할 의도로 회고록을 출판했지만 그가 끝까지 부인하고 우겨준 덕분에 은폐된 증거와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민사 판결에 대해선 "전두환이 지난해 11월 사망한 이후 1심의 유죄판결이 공소기각 결정으로 묻힐 뻔했다"며 "지난달 14일 내려진 민사 판결 역시 계엄군 헬기사격에 관한 진상을 다시 한번 살렸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년간 진행된 전두환 민·형사재판은 상식과 역사적 정의를 확인한 사귀필정의 판결이었다"며 "사법부의 판결과 국회의 입법, 5·18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상호보완적으로 연대해 발포명령자와 암매장 진상규명 등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3일 출판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는 헬기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기총소사하는 장면을 자신의 눈으로 분명히 보았다고 주장했다. (중략)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기술했다.

5·18민주화운동 기간 헬기가 가 시민을 향해 사격을 가한 사실도 없고, 피해자인 조비오 신부가 이 장면을 보지 않았음에도 거짓 주장했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다.

헬기사격 관련 허위 주장은 전두환 회고록에 기재된 북한군 개입, 무기 피탈시각, 광주교도소 습격을 비롯한 69가지의 허위사실 중 유일하게 피해자가 특정돼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이었다.

조비오 신부 유족 측은 법률검토를 거쳐 2017년 전씨를 형사 고소했고 광주지방검찰청은 1년간의 수사 후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탄흔과 목격자를 토대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 공소를 제기했다.

재판 초기 이송 신청과 관할위반주장, 알츠하이머와 독감 핑계를 대며 불출석하던 전씨는 2019년 3월과 2020년 4월, 11월 세차례에 걸쳐 법원에 직접 출석했다.

법원 재판부는 국방부 특조위의 조사 결과와 군인 등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505항공대와 506항공대 소속 500MD 헬기가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을 했음을 인정했다.

형사 재판에서는 2020년 11월30일 피고인 전두환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유죄판결이 이뤄졌다.

민사적으로는 북한군개입 허위주장 등을 기재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2차례에 걸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결정이 내려졌다.

현재 출판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의 본안 재판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만이 남아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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