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의 공수표?..자산 다 팔아도 빚 못 갚을 가능성
강원중도개발공사 감사보고서 보니
모든 빚 상환하면 100억 정도 남지만
부동산 경기 따라 보유자산 가치 불안
강원도가 중도개발 부실 안을 가능성↑
지난달 말 만기가 된 205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보유한 자산이 과대평가됐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장부에 적힌 자산 평가액이 부풀려졌거나, 시장 위험에 노출돼 향후 가치가 줄어들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 김진태 강원지사가 밝힌 것과 달리 공사의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채권자 등이 김 지사의 회생신청 방침을 채무불이행으로 받아들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런 사실은 5개월 전인 지난 5월 공시된 중도개발공사 감사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5일 중도개발공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 2713억원에 부채는 2587억원으로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 자본총계)은 126억원이다. 지난달 29일 갚지 못한 채무(2050억원)를 포함해 모든 빚을 상환하면 장부상으로는 약 100억원은 강원도 손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지사가 지난달 28일 공사의 기업 회생 방침을 밝히며 자산을 팔면 빚 상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통상 빚은 채권자 동의 아래 탕감받을 수 있다. 채권자로선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수자 간 경쟁이 붙으면 장부가액보다 더 비싼 값에 자산을 팔 수도 있다. 강원도 쪽이 줄곧 회생 신청 배경으로 “강원도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실제 금융시장이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면 강원도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신뢰는 잃더라도 세금은 아낄 수도 있었다.
이런 계산은 어디까지나 자산 가치가 정확하게 평가됐을 때 가능하다. 감사보고서에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과대평가됐거나 손에 쥐기 어려운 자산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우선 중도개발공사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 지평)은 공사의 자산 중 ‘건설 중 자산’(856억원)이 적정하게 산출됐는지 의구심을 드러낸다. 해당 자산에서 확보할 수 있는 현금(미래 현금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공사 쪽으로부터 못 받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주지 않은 까닭이다.
공사 보유 자산 중 가장 큰 부분은 레고랜드 주변 용지(약 1300억원, 재고자산)다. 이 역시 회생 과정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수년째 개발 호재와 부동산 활황 영향으로 이 부지의 장부가는 매년 수십억원씩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불어닥친 부동산 한파와 경기 부진은 새로 등장한 위험 요소다.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가 없어 유찰되면 가치가 유지되기는커녕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불황기에 기업 인수합병,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자산도 있다. ‘분양 미수금’ 250억원이 그중 하나다. 분양 계약을 맺은 상대방이 아직 내지 않은 잔금이다. 레고랜드 사업이 예상보다 수익성이 나쁘거나 계약 상대방이 자금난에 처해 계약을 파기하면 못 받는 돈이다. 70억원으로 평가된 또다른 ‘미수금’ 중 51억원은 미궁에 빠져 있다. 레고랜드 개발 시행사인 엘엘(LL)개발에 돈을 댄 엘피티(LPT)코리아와 이 회사 전직 임원에게 공사가 빌려준 돈이다. 이 자금 거래와 관련해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져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쪽도 51억원은 모두 떼일 수 있다고 보고 전액 충당금을 쌓았다.
이런 난맥상은 모두 지난 6월 지방선거 보름여 전인 5월13일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담겨 있다. 최문순 전 지사는 물론 김진태 현 지사 쪽 모두 중도개발공사의 재무 위험을 인지했거나 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중도개발공사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와 같은 시도는 하지 않았다. 증자를 위해선 강원도를 포함해 주주 동의가 필요하며, 강원도는 증자 대금 마련을 위해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
강원도의 한 당국자는 “중도개발공사의 부실은 심각한 수준인 터라 누구도 해당 업무를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지방선거로 권력교체기까지 겹쳐 부실과 빚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 속에 김 지사가 회생신청 방침 발표라는 불을 지난달 28일 당겼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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