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16차 직권재심..희생자 30명 모두 무죄

기사내용 요약
제주지법 제4-1형사부, 25일 검찰 합동수행단 청구 재심
유족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전쟁으로 묘도 없어져"
"시아버지 군경 피해 숨은 게 죄였고, 산에 있던 게 죄냐"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시 봉개동 제주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지석에 유족들이 찾아와 참배하고 있다. 2022.04.03.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74년 전 아무런 죄도 없이 군경에 의해 불법 체포돼 총살 또는 행방불명된 제주4·3 희생자 30명에 대한 명예가 회복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25일 오전 검찰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열여섯 번째로 청구한 직권 재심 공판을 열고 희생자 30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대상자들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고 형무소 등에서 수형인 생활을 하다 총살 또는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제주4·3사건은 한국전쟁 이후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와 관련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한 뒤 무죄를 구형했다.

희생자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고, 증거도 전혀 없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드리길 바란다"며 무죄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희생자 유족들이 70여년간 꺼내지 못했던 가슴 아픔 사연을 전했다.

희생자 고(故) 강두배씨의 아들 강탁지씨는 "6살 때쯤 새벽에 까만 옷을 입고 모자를 쓴 군인들이 총을 들고 아버지를 연행해 간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군사재판에 회부돼 실형을 선고받은 뒤 형무소에서 생활하다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서울에 있던 삼촌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미아리 공동묘지에 가서 묻었다. 그다음 해에 6·25 전쟁이 터지고 확인해보니 아버지 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현재는 가족 묘지에 비석만 새겨서 모시고 있다"고 했다.

희생자 고(故) 김두만의 며느리 한보순(75)씨는 "시아버님은 메밀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시어머니에게 '아기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라'고 했다"며 "'나는 죽어도 괜찮은데 대를 이으려면 아들만큼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시어머니는 울면서 바닷가 지역으로 내려오셨다"고 전했다.

이어 "소나무밭에 숨어 계셨던 시아버님은 군경에 발각돼 잡혀갔고 형무소에 가서 몇 년 못살고 행방불명됐다"며 "시아버지는 아무 죄도 없다. 소나무밭에 숨은 게 죄였고, 내려오지 않는 게 죄였나"며 억울함을 전했다.

1948년 당시 제주에서는 포고령에 의해 해안선을 기준으로 5㎞ 이상 중산간 지역을 통행하는 주민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군경에 의해 자행됐다.

희생자 유족들의 진술을 청취한 재판부는 이후 "제출된 증거가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속한다"며 희생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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