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달랐던 尹 시정연설, '사회적 약자' 예산 연설문 25% 할애
대북 접근법도 차이, 정권교체 확연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첫 본예산 시정연설은 건전재정 기조의 천명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에서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진단을 내년도 예산안의 구체적 쓰임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5년전 첫 본예산 시정연설과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보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4100여자 분량의 연설문 중 25% 분량에 해당하는 약 1000자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항목 소개에 할애했다. 전체 연설문에서 '약자'는 7회, '청년'은 6회 언급됐는데, '예산'과 '국민'(각 9회)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단어다.
구체적인 예산 항목을 소개하는 첫 머리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항목을 둬 윤 대통령이 취임부터 강조한 '약자 복지'의 중요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 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기초생활 보장 지원에 18조7000억원 △저임금·특수형태·예술인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 확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7000곳에 휴게시설 설치 △8년만의 장애수당 인상 △발달장애인 돌봄 시간 하루 8시간 확대 △장애인 고용장려금 인상 △중증장애인 콜택시 이용 지원 확대 △저상버스 2000대 추가 확충 △한부모 자녀 양육지원 대상 중위소득 60%까지 확대 △반지하·쪽방촌 거주자 이주 지원 △청년 지원 대책 △어르신 기초연금 인상 등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5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및 여야 지도부와 환담에서 "약자 복지의 미흡한 점이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며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11월1일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 대신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를 중심으로 연설을 풀어 나갔다. 특히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서민·중산층,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16일 국제적인 조세 경쟁을 고려해 현 4단계의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 첫해 인상한 최고세율을 5년 만에 되돌리는 것으로, 민간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펴겠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건전재정' 기조도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되었고 나라 빚은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며 문재인정권의 재정 운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편성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정수지는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되어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대통령의 '건전 재정' 의지 역시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것이다.
시정연설은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구상을 밝히는 자리지만 전체적인 국정운영 방향도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 전 대통령 첫 시정연설과 비교할 때 또 하나의 차이점은 대북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다. 5년전에도 북한은 잇따른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 올린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5년전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이루려는 것은 한반도 평화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며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우리도 핵을 개발·보유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나아가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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