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정 언급 않겠다"던 미국, 시 3연임 뒤 간첩 대거 기소

이본영 2022. 10.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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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대해 '내정은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법무부는 중국인들을 간첩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하며 시 주석 집권 3기 미-중 관계의 험로를 예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문에 "여러 번 얘기했듯 우리는 중국의 당 내부 정치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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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왼쪽)이 24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함께 중국인들의 간첩 혐의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백악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대해 ‘내정은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법무부는 중국인들을 간첩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하며 시 주석 집권 3기 미-중 관계의 험로를 예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문에 “여러 번 얘기했듯 우리는 중국의 당 내부 정치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우리 행정부는 두 나라와 세계의 이해가 일치하는 기후변화나 보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공산당 당대회 결과를 주목했다”면서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나 보건과 함께 마약 및 핵 비확산 문제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확산은 북한을 염두에 둔 말로 보인다. 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중국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단절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소통 채널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과 회담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고 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이런 언급은 시 주석의 3연임에 대한 미국 쪽의 공식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쪽은 또 다음달 15~16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는 등 시 주석의 3연임과 관계없이 경쟁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이날 간첩 혐의 등으로 중국인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면서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당대회가 끝나고 첫 업무일을 일부러 수사 결과 발표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된 13명 중 중국 기관원으로 추정되는 2명은 2019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사 정보를 빼내려고 수사기관 직원을 포섭하며 비트코인 수천달러어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미국인은 중국 기관원들에게 협조하는 척했으나 사실은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한다. 미국 거주 중국인에게 수년간 귀국을 종용하며 협박한 혐의로도 7명이 기소됐다. 정보기관원들로 추정되는 3명을 포함한 중국인 4명은 뉴저지주에서 학술 단체 인사들로 위장해 미국 학술기관들의 민감한 정보를 빼내려 한 혐으로 기소됐다. 이 3건으로 기소된 중국인들 중 미국 당국이 붙잡아 구속한 이는 2명이다.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한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런 사건들이 보여주듯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개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면서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우리 사법 시스템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갈런드 장관은 중국 정부가 미국 등지에서 정치적 이유 등으로 도피 중인 사람들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여우 사냥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런 사건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권위주의적 관점을 세계 곳곳에 투사하면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기술 경쟁에서 앞서려고 “거짓말하고, 속이고, 훔치는” 행위를 일삼는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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