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보문산 근대식 별장 문화재등록 예고

황민혜 박사 "전국적 희소성 있는 건축물"

보문산 근대식 별장.(대전시 제공)/뉴스1

(대전=뉴스1) 김경훈 기자 = 대전시가 보문산공원에 있는 옛 보문사(寶文寺)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집)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건물은 최근까지 보문사라는 사찰의 승방으로 사용됐으나, 일제강점기인 1931년 대전의 재조일본인(在朝日本人) 쓰지만타로(辻萬太郞, 1909~1983)가 지은 가족 별장이었다.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으로 이름을 지은 이 건물은 건축면적 약 68㎡의 아담한 단층 주택으로 보문산 목재문화체험장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현지 조사에 참여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황민혜 박사는 “1920년대 문화주택의 건축적 요소와 그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건축물로 대전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희소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광복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약간의 변형이 있었지만, 평면과 구조, 형태적으로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 경관을 조망하기 위해 정남향에 설치한 일종의 썬룸(Sunroom)은 일반 주택과 다른 ‘별장’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미닫이문 위에 부착한 장식용 교창(交窓)과 외부의 돌출창도 건물의 시대적 특징과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다.

건축주인 쓰지만타로는 조선대전발전지(1917년)나 충남발전사(1933)와 같은 일제강점기 지역 자료들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전의 대표적인 재조일본인 기업가다.

그는 1905년 대전에 정착한 쓰지 긴노스케(辻勤之祖)의 아들로 1909년 대전에서 출생했으며, 지금의 대전 동구 원동에 있던 후지추양조공장을 전국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전세종연구원이 2015년 정책보고서에 수록한 임상일 교수(대전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쓰지 부자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한 군시제사공장의 자본가 나가노(長野幸助)와 달리 대전을 자신의 고향처럼 생각했으며, 한국인들과의 관계를 중시한 친조선인적인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남선기공과 진미식품, 대창식품 같은 대전 향토기업의 창업주들이 후지추양조공장 출신들로, 간접적으로나마 쓰지 만타로와 후지추양조는 초기 지역기업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문산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운동 활동을 벌였던 대신고 최장문 교사는 “한때 일본인 별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100여년간 이어져온 보문산공원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이라며 “대전의 근대사를 알리고 교육하는 데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보문산 근대식 별장은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을 거쳐 추가 조사와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연내 등록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 등록이 최종 고시되면 관련 부서와 협의해 보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적절한 활용 계획을 수립한 후 보문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khoon36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