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해 피살 공무원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는 '중국어 간체자'였다
검찰, 이씨 '중국제 구명조끼' 착용 추정
다시 바다에 빠진 이유는 여전히 미궁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발견될 당시 착용한 구명조끼에 적혀 있던 한자가 중국어 한자인 ‘간체자(簡體字)’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앞서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이씨에게 월북 의사가 없었고, 중국 어선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중국 어선에 구조된 이씨가 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다시 바다에 빠졌는지 설명돼야 한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최근 사건 당시 자료를 분석해 이씨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체자는 전통 한자의 필획을 줄여 모양을 간단하게 변형한 한자이다. 한국, 북한, 대만, 홍콩 등에서 사용하는 전통 한자인 ‘정체자(正體字)’와 다르다. 검찰이 사건 당시 이씨가 한국이나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중국제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유력하게 추정하는 이유이다.
이씨는 2020년 9월21일 새벽 서해 소연평도 부근에서 어업지도선 조타실을 나간 뒤 실종돼 다음날인 22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 북한군은 22일 밤 이씨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했다. 해경은 실종 8일 만인 29일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자 구명조끼’는 감사원이 이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월북몰이’를 했다고 제시한 핵심 증거이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서해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씨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홍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한자 구명조끼’ 보고를 받자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했다는 해경 관계자 진술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청장을 구속한 검찰은 국방부와 해경이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한 동기와 과정을 추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자’만으로 문재인 정부 발표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SI(특별취급정보)인데 한자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합동참모본부에서 청와대 보고서에 넣지 않은 내용으로 안다”며 “이거 하나를 갖고 사건을 완전히 뒤집어 월북몰이로 다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해당 구명조끼가 중국제라면 이씨가 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경위가 무엇인지, 이 구명조끼를 국내에서는 전혀 구할 수 없는 것인지, 감사원이 언급한 가능성대로 이씨가 중국 어선에게 구조를 받았는지, 중국 어선에게 구조를 받았다면 왜 다시 바다에 빠졌는지 규명돼야 한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이씨가 한자 구명조끼를 착용한 경위를 조사하고 서해상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29일 서해 연평도 해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현장검증을 벌였다. 2020년 해경은 표류예측시스템 결과를 근거로 ‘이씨가 단순 표류가 아닌 인위적인 노력으로 북한 해역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만간 감사원으로부터 원본 감사자료를 받아 추가 검토할 방침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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