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콘서트를 기념하는 드론쇼가 부산 광안리에서 펼쳐졌다. 드론 수백 대가 일사불란하게 날아와 광안리 밤하늘에 BTS 멤버들의 얼굴을 화사한 조명으로 수놓았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때 화제를 모았던 드론쇼가 이제 각종 축제와 공연의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드론쇼는 '드론 아트'로 불리며 머지않아 불꽃놀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과연 이러한 드론쇼는 어떻게 작동할까.
초경량화 드론 사용
드론은 사람을 태우지 않은 소형 무인항공기를 뜻한다. 본래 군사 목적으로 탄생한 드론은 농업, 촬영, 의료, 유통, 우주항공, 재난 지원 등 활용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예술계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패션쇼와 공연에도 드론이 등장하곤 한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인텔은 슈팅스타 드론 1218여 대를 동원해 드론쇼를 선보였다. 올림픽 경기장 밤하늘에 올림픽 오륜기, 스노보더 형상을 그리는 등 약 30초간 드론쇼가 펼쳐졌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비제이 쿠마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과대학 학장은 TED 강연에서 처음 드론쇼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작고 민첩한 드론이 팀을 이뤄 건설,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수행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줬다.
이러한 군집 비행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후 인텔과 버지에어로, 파이어플라이 같은 업체들이 대중화하면서 스팍셀 리서치 이니셔티브, 콜모트, 베리티 같은 드론쇼 업체를 양산했다. 국내에도 드론쇼 업체가 다수 있는데, 이번 광안리 드론쇼는 유비파이가 맡았다.
드론쇼에 사용되는 드론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일반 소비자용 드론이나 전문가용 드론과 다르다. 드론쇼는 촬영 목적이 아니기에 카메라가 필요 없다. 최대한 오랫동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부품을 최소화해 초경량으로 만든다. 드론이 가벼울수록 공중에 띄우는 데 필요한 전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텔 슈팅스타 드론의 경우 경량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으로 몸체를 만들어 무게가 330g 정도다. 드론쇼에서는 대부분 안정적으로 비행하도록 날개가 4개인 소형 쿼드콥터(프로펠러)를 사용한다. 카메라가 없는 대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센서,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각 쿼드콥터에는 켜고 끄거나, 필요할 때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밝은 LED 조명이 장착돼 있다. 미리 프로그래밍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센서도 여러 개 필요 없이 기본적인 것만 장착된다.
프로그래밍 3D 애니메이션과 유사
드론 배터리 구동 시간은 길지 않다. 큰 배터리를 장착하면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무게가 커지면 전력 소모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작은 배터리로 가벼운 몸체를 효율적으로 비행시키는 쪽으로 운용된다. 대개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하는 드론의 비행시간은 20분 내외다. 그러나 사전 준비와 마무리에 필요한 비행시간 등을 고려하면 적정 드론쇼 시간은 5~8분에 불과하다. 짧은 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움직이도록 미리 철저한 프로그래밍과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드론쇼는 공중에서 360도 전 시야를 고려해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쇼를 만들기 위해 먼저 스토리보드와 타임라인을 짠다. 마치 픽셀아트처럼 드론으로 점을 하나씩 찍는 방식으로 메시지나 형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를 각 드론의 동기화된 비행경로로 변환하는 특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드론이 만들어낼 안무를 애니메이션화한다. 블렌더(Blender) 같은 3D(3차원)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파이어플라이나 버지에어로 같은 업체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후 드론 크기와 속도를 계산해 테스트하고 경로를 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가장 안전하고 적합한 비행경로를 생성한다. SPH 엔지니어링의 드론쇼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3D 시뮬레이션과 비행경로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드론쇼에 등장하는 적정 드론 수는 몇 대일까. 닐스 토르주센 버지에어로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체로 150~200대 드론을 스위트 스폿(지표나 정책이 비용과 이익의 최적 균형을 제공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드론쇼 규모는 수백 대에서 1000여 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200대 안팎이 운용하기에 가장 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다. 드론 수가 아무리 많아도 컴퓨터 한 대와 조종사 한 명으로 쇼를 진행할 수 있다. 군집(Swarm) 제어기술을 통해 서로 통신하고 협력하면서 비행하기 때문이다.
군집 제어기술은 드론 여러 대가 마치 꿀벌처럼 개별 경로를 따라가지만 최종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원리다. 노라 아야니안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컴퓨터과학 교수는 'USA 투데이'를 통해 "드론 여러 대가 함께 작동할 때 장점은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드론이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드론쇼를 비롯해 수색·구조, 화재 점검, 해안 감시 등을 지원하기 위해 꿀벌처럼 협력하는 대규모 쿼드콥터 그룹을 묶어 작업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드론의 군집 제어기술은 중앙컴퓨터가 통제하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조종사는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GPS 지상국, 와이파이 라우터, 제어용 노트북컴퓨터는 필요하다. GPS나 무선 주파수를 사용해 위치를 지정하면 드론이 무선으로 통신하면서 간격을 유지하고 정해진 위치를 지킨다. 또한 쇼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할 드론을 지정할 수도 있다.
군집 제어기술로 대규모 드론쇼 가능
무엇보다 드론쇼는 안전상 드론이 추락하거나 충돌 또는 이탈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전에 비행경로를 모니터링하면서 경로를 수정해나간다. 최근에는 충돌 방지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은 정밀한 위치 제어기술이다. 제어기술이 뒷받침돼야 정확한 연출이 가능하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위치 추적이 더욱 정밀해져 드론이 서로 가까이 날면서 더 상세하고 복잡한 패턴을 생성할 수 있게 됐다.
드론은 촬영에 필요한 헬리콥터, 배달 차량, 무인 택시 등 다른 분야의 기술도 대체하고 있다. 머지않아 드론이 불꽃놀이를 대체할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드론의 장점은 불꽃놀이와 달리 재사용이 가능하며, 잔해를 남기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래밍만으로 다양한 쇼를 표현하기 때문에 동일한 드론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반면 드론쇼는 높은 비용과 규제 승인 여부, 외부 기상 조건 같은 요인으로 활용이 제한돼왔다. 드론쇼 비용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회당 20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언 시그먼 파이어플라이 공동창업자는 '코스모스 매거진'을 통해 "드론쇼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대도시에서는 대형 불꽃놀이로 생기는 연기와 파편 등 환경을 생각해 드론쇼로 대체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