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서 흙과 씨름.. '가로세로 12m 땅' 일으켜 세웠다

장재선 기자 2022. 10. 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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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미술을 선택했을 뿐이다. 특정한 프레임에 묶이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며 작업할 것이다."

그는 사회 참여적 성향이 강한 리얼리즘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MMCA 측은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해 대지미술, 환경미술로까지 작업 영역을 넓힌 임옥상의 현재 활동과 작업을 살펴보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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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어서는 땅’. 가로, 세로 각 12m의 대형 설치 작품으로 흙을 떠내 만들었다.
임옥상, 흙의 소리, 흙 혼합재료 390×480×300㎝.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임옥상 : 여기, 일어서는 땅’ 전시회

미술용 아닌 생생한 흙의 숨결

옆으로 누운 대지의 신 형상도

“자유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미술을 선택했을 뿐이다. 특정한 프레임에 묶이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며 작업할 것이다.”

임옥상(72)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전시회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의 기자간담회에서였다. 그는 사회 참여적 성향이 강한 리얼리즘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작년 4월의 개인전 ‘나는 나무다’와 이번 전시 작품들을 보면 그의 근년 작업은 자연에 천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MMCA 측은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해 대지미술, 환경미술로까지 작업 영역을 넓힌 임옥상의 현재 활동과 작업을 살펴보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설치, 회화 등 40여 점의 작품과 함께 13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우선 서울관 6전시실에 들어서면 대형(390×480×300㎝) 설치 작품 ‘흙의 소리’가 맞는다. 대지의 신 가이아(Gaia)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형상이다. 흙으로 빚은 이 작품은 입구를 통해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어두운 공간에서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느낀 후 계단과 복도를 지나가면 거대한 흙벽 ‘여기, 일어서는 땅’이 펼쳐진다. 세로 12m, 가로 12m의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 내 논에서 작업했다. 논의 흙에 음각이나 양각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우레탄을 부어 탁본하듯이 흙을 떠냈다. 이런 방식으로 흙을 떠낸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패널 36개를 짜 맞춰 흙벽을 만들었다. 제목 그대로 ‘땅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미술 재료용 흙이 아니라 농부와 농기계가 밟고 지나간 흔적이 있는 흙을 통해 자연의 생생한 숨결을 만날 수 있다.

7전시실은 1982년 제1회 개인전부터 신작까지 회화 작품들이 채우고 있다. 전통을 새롭게 이어나가기 위해 작가가 꾸준히 시도해 온 실험들을 두루 볼 수 있다.

미술관 중정(中庭)인 전시마당엔 설치 작품 ‘검은 웅덩이’가 자리하고 있다. 지름 4m가 넘는 웅덩이는 당대의 생태든, 문명이든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거울 역할을 한다. 그 웅덩이를 바라보는 대형 구상 조각 ‘대지-어머니’(1993)는 철제 작품으로 마치 흙이 들려 일어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6전시실과 7전시실 사이 복도 공간에서는 이번 전시의 설치 작품에 대한 기록 영상을 전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12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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