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행률 높은 양육비 직접소송, 변호사 없어서 못 한다

양육비이행원 변호사 지난해 11명에서 올해 6명으로 줄어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이 직접소송을 하면 위탁할 때보다 양육비를 받는 경우가 2배 이상 많지만 이행원 변호사 수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한부모 가족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이 ‘직접소송’을 하면 위탁할 때보다 양육비를 받는 경우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행원 변호사 수는 급감해, 변호사를 충원해 직접 소송 수행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여가부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변호사를 통한 직접지원 이행률(양육비 미지급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한 비율)은 58.1%, 위탁지원 이행률은 23.2%였다. 직접지원이 위탁지원의 2.5배가 넘는 성과를 냈다. 이행원이 진행하는 양육비 소송은 소속 변호사가 진행하는 ‘직접소송’과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법률구조기관에 위탁해 진행하는 ‘위탁소송’으로 나뉜다. 이행원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운영한다.

올해 직접소송을 하는 이행원 소속 변호사 수는 급감했다. 이행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직접소송 변호사 수는 10명(2015)→12명(2016)→15명(2017)→16명(2018)→16명(2019)으로 조금씩 늘다 2020년 이후 감소했다. 2020년 14명, 2021년 11명이었다가 현재 그 수가 6명까지 줄었다.

여가부가 양이원영 의원실에 제출한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 월별 실적 통계’를 보면, 이행원의 직접소송 건수는 2015년 388건을 시작으로 917건(2016), 1186건(2017), 1532건(2018), 1820건(2019), 1323건(2020), 1031건(2021)이었다. 지난 8월 기준, 올해 완료되거나 진행하고 있는 직접소송 건수는 1141건이다. 이행원 소속 변호사 1명이 올해 맡은 소송은 190건에 달한다. 2020년, 2021년 변호사 1인이 맡은 소송이 각각 94건, 93건이었던 것에 견주면 2배 이상 늘었다.

이행원 변호사 1명 소송 건수, 93건에서 190건으로 ↑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9월 발표한 ‘양육비이행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서 “6명에 불과한 소송 변호사 충원을 비롯해 이행원의 양육비 이행확보 전담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한계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된다”고 분석했다. 허 입법조사관은 “이행원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전문 지원기관으로 양육비 확보 및 한부모 가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축적된 반면, 여러 소송을 다루는 위탁기관에서는 소송 진행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자들도 직접소송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이행원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2019~2021)간 직접소송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75.8점, 위탁소송에 대한 만족도는 64.4점이었다.

이용자의 직접소송 만족도가 높은데도 변호사 충원은 더딘 상황이다. 한가원 관계자는 이날 “인력 충원을 위해 올해 두 차례 채용공고를 냈고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한가원 쪽에서 말한 공고는 정규직 변호사가 아니라 6개월 동안 일하는 ‘실무수습’ 변호사 채용공고였다. 정규직 변호사 채용공고는 올해 없었다. 이행원 변호사 채용공고는 지난 2020년 상반기에 마지막으로 올라왔다. 한가원 관계자는 “변호사 수당이 많지 않아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규직 변호사 1명을 채용하는 공고를 오는 27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이행원 변호사는 사건에 전문적이어서 비양육자가 위장전입 등을 할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반면, 위탁 변호사는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소극적이어서 직접소송 요구가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직접소송 변호사를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여가부에 증원을 요청해도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직접소송을 지원할 변호사 인력이 이렇게까지 감소했다는 것은 여가부가 양육비 이행 정책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행원의 변호사 인력 문제를 한가원에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