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지 마세요"..대통령 관저 지키는 '남산의 슈트맨'
[앵커]
남산의 한 전망대에 갑자기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관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히 경호와 보안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고, 낯설고 황당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남산공원 전망대입니다. 서울시내 전경이 다 보이는 곳인데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진 명소를 코앞에 두고 시민들은 망설입니다.
[시민 : 여기는 사진 촬영 안 되는 곳이야. 이리로 와. {보면 안 돼? 보기만 하면 안 돼?}]
경찰의 안내를 받은 뒤에야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관저가 보이는 전망대입니다.
보안과 경호 문제로 시민들이 관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막습니다.
취재진도 어떻게 현장 취재를 할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202경비단 관계자 : 이쪽으로 오셔야… {이쪽이요?} 그렇게 하면 관저가 나와요. {이렇게 찍으면 안 되고 이렇게 찍어야 한다는 거예요?} 보여요.]
시민들이 놀라자 경찰이 직접 사진을 찍어줍니다.
[시민 : {제가 찍어드릴게요.} 제가 잘못 부탁했나. 내가 분위기 파악 못 한 건가. 여기 찍어도 되는 거죠? 관저가 어디 있어요?]
사진에 관저가 걸치면 안 되고 크게 확대해서 찍으면 안 됩니다.
제가 지금 서있는 곳이 사진 명소입니다. 여기선 촬영이 가능한데 저를 기준으로 왼쪽 전망은 찍을 수 없습니다.
한남동 관저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관저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한 외국인은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냅니다.
[202경비단 관계자 :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미안한 것 아니에요. 멀리서 지켜봐. 관저 방향만 확대하는지 확인해보고.]
우리나라 법을 존중하지만 이해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로널드 길리스/영국 시민 : 사진을 지워야 한다면 지울게요. 저는 외국인이니까 이 나라 문화를 존중해야죠.]
시민들 반응은 다양합니다.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부터,
[박호전/서울 한남동 : (남산 전망대는) 다 노출돼 있으니까 사진 촬영 같은 것도 금지해야. 남산 전체에 그런 지점이 많아요.]
[시민 : 국민의 자유를 여기에 갖다 대면 안 되지. 국가통치권자의 신변에 관한 건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인데.]
낯설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박오규/서울 용산2가동 : 내가 아침저녁으로 운동 다니는 길이에요. 친구들한테 자랑 좀 할까 싶어서 촬영하려고 했는데 못 하게 하니까.]
[시민 : 말도 안 되는 거죠. 즐겨 찾는 곳인데. 인력과 비용 들어가고. 얼마나 고생이고. 뭐하러 저런 짓들을 해요.]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시민들 발길은 줄었지만 경찰은 지금도 현장에 있습니다.
[시민 : {돌아가시면 됩니다. 찍은 장면이 한남대교 쪽이라…} 촬영하면 안 돼요? 삭제했어요. 이제 찍으면 안 되겠네요.]
대통령실경호처는 JTBC에 "일반적인 사진 촬영은 가능하고 관저 주변을 확대해 찍는 것만 막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은 남산의 한 사진 명소가 이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보안과 경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갑자기 느끼게 된 불편함도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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